경주에서 며칠

from 나날 2011/08/19 14:35


경주에 다녀왔다.

사진은 아이가 휴대폰으로 찍은 토우.
뭉크의 '절규'를 연상시킨다고
재미있어 하면서 찍었다.

옛 유적지를 즐겨찾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신라의 유적에는 다양한 문화들이 섞여
돌출적인 이미지들과 절충적인 형식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에서는
우물에서 발견된 동물의 뼈와
어린 아이의 뼈도 전시하고 있었는데,
우물에 제사를 지내던 흔적일 것이다.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가
우물 곁에서 발견된
알에서 태어났다는 기록을 보면
우물에 대한 숭배도 이해가 가지만
참 의외이기도 했다.
시대가 한참 후대인 통일신라기에
우물에 인신공양을 했다는 말인가?
우물에 빠져 죽은 아이를 위해
다른 동물들을 넣어 주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인도의 신화에 나오는 새 '가루다'가
사람의 모양으로 새겨져있다.
입은 부리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인도와 관련된 이미지들은
아마도 통치 이념으로서 기능했던
불교 때문이겠지만,
그 이전부터 인도와 관련이 있다는
새로운 학설도 있다.
석탈해(昔脫解)가 인도 출신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왜(倭)의 북동쪽 천리길,
지금의 교토 부근의 용성국(龍城國) 출신이라는데,
사실은 인도 타밀에서 올라와
그곳을 거쳐 한반도에 온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신라라는 나라 자체가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이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 같다.
말, 우물, 닭, 알, 배(船)...
그들에게 중요한
기본적인 이미지를 떠올려봐도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 같아선
커다란 무덤들이 불쏙 솟아있는 거리에서
며칠 머물고 싶었다.
그러면 마음에 새겨지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럴 여유가 없었다.
여유없는 여행은
다른 이의 눈을 따라가는
길이 되기 쉽다.

서울에 오니 선선하다.
가을 날 같다.







2011/08/19 14:35 2011/08/1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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