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을 뚝 떼어버리고
다시 붙여가고 있는 편집.
오래 전 어느 날의 인터뷰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다.
위의 사진은 그날 찍었던
영도 중리의 바다.
이런저런 일에 부대끼면
이 고요한 바다가 그립다.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는 무척 슬펐다.
그 슬픔의 정체가 무엇일까,
나는 가끔 궁금했다.
그 날,
큰 고모님은 작정을 하고 자신의 삶을,
38선을 넘고 힘들게 살아온 자신의 삶을
말하고 싶은 것이었고
나는 가장 가까이서
힘들게 살았던 막내 동생,
즉 내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큰 고모님의 기억에는
막내 동생의 존재는
내가 묻기 전에는 언급이 되지 않는
작은 존재였다.
가장 가까이서
가장 오랫동안 함께했던 동생이었지만
그 동생이 꿈을 접고
힘들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없었다는 것,
또 한 편으로
큰 고모 자신도
결국은 가장 친애하던 다른 동생과
거리도 멀어지고
고모부도 돌아가시고
자식도 없이
그렇게 쓸쓸히 타향에서
혼자 여든을 넘기고 있다는 것.
긴 긴 시간에 의해
삶이란 것이 아무런 빛도 없이
하찮게 스러져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 먹고 사는 일에는
잠을 포기하기도 하는데,
내 작업에서는 그러지를 못한다.
일에 시달리다가
막상 편집을 하려면 기진맥진...
편집에 우선적인 시간을
두어야 할텐데
쉽지 않은 일이다.
밤에 일을 하다가 지치면
가끔 옛 일기를 꺼내어 보았다.
2002년 12월의 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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