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en - Joris Ivens

from 남의 것 2011/10/04 00:04


요리스 이벤스가 1929년에 만든
'비'라는 영화.

비 많은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
햇볕이 있는 시간부터
비가 내리고 그치는 시간까지
다양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름답다.

*

요리스 이벤스 DVD를 보고 있다.
'비'와는 사뭇 다른 영화들이지만
아주 좋다.

2000년 쯤이던가,
한 친구가 요리스 이벤스의
'바람 이야기'라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고
줄곧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었다.
무려 십 년이 더 지나서
DVD로 보게 된다.

좀 더 일찍 보았더라면
굉장히 긍정적인 자극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작업을 하면서 이래도 되는 걸까?
이런 것도 가능한 것일까,하며
스스로 질문했던 것들의 답이
이미 여기에 있었다.
'미스트랄'이라는 다큐를 먼저 보았는데,
내가 만들어 오던 방식이
틀린 것은 아니었구나,
어쩌면 좋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영화는
무엇보다 아름답다.
위의 '비'에도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다.
그러나 이와는 전혀 다른,
이후로 이어진 그의 평생의 작업,
즉 현대사의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며
만들어온 수많은 영화들에서도
그는 놀라운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아옌데가 대통령일 때의 칠레에서
영화를 가르치며 만들었던
'발파라이소'에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했던
'결정적인 순간'이
1초에 24장 씩 들어있다.

스페인 내전,
중일 전쟁의 참상 속의 중국,
미군의 포탄이 떨어지는
북 베트남의 농촌,
제국주의자들이 휩쓸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칠레에 있는 항구 도시의 비탈길...
세계사의 결정적인 시공간에서
영화를 만들면서도
카메라가 보아야할
아름다운 지점을 놓치지 않는다.

그는 카메라가
이 세상을 발견하던 시절부터
영화를 만들어왔고
이 현대라는 시간이 보여주는
이미지를 정확히 포착하고
끝까지 그것을 잃지 않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아직 '바람의 이야기'는 보지 못하였다.
하지만 초기의 작품들이
더 보고 싶어진다.
유튜브에 몇몇은 있는 것 같다.

*

카메라를 처음 사고
그것을 통해서 발견한 세상의
경이로움에 놀라던 시간이 떠오른다.
나는 그 경이로움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것은 아닐까?
지나치게 빨리 카메라에 시선에
윤리적인 태도를 부과한 것은 아닐까?
경이로움이란
진정한 아름다움을 낳는
중요한 길일텐데.

위대한 한 작가를
너무 늦게 만났다.
하지만 늦게라도 보게 된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2011/10/04 00:04 2011/10/0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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