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고등어

from 나날 2011/10/17 02:13


'노르웨이의 숲'은 알았지만
노르웨이 고등어는 몰랐다.
'어머니와 고등어'는 들어봤지만
노르웨이 고등어는 처음이다.

지난 금요일 술자리의 안주였던 고등어 구이.
노르웨이에서 수입한 고등어라고 한다.
올해는 고등어가 풍년인데
난데 없이 노르웨이의 고등어라니...

아마도
한국과 유럽 공동체의 FTA 이후로
싼 고등어를 들여왔을 것이다.
그리고 홈쇼핑 등에서 팔렸을 것이고
그렇게 알려지니
술집 메뉴판에도 '노르웨이 고등어'란 이름이
당당히 올라갔을 것이다.

북대서양의 차가운 바다에서 헤엄치던 놈이
그물에 잡혀서 얼려진 다음,
배를 타고 멀리도 왔다.

암튼, 고등어 맛이었다.

*

고등어를 좋아한다.
서울 사람들은 싫어하는 비린 내 나는 생선.
나는 어릴 때 하루에 한 마리 이상의
고등어를 먹었다.
싸기 때문이었다.
어선들이 쏟아내는 고등어와 갈치,
그리고 직접 캐어 먹던 홍합 등은
쌀과 더불어 가난한 사람들의 주식이었다.
싱싱하기 때문에
비린내도 없었다.

그랬던 고등어가
근래에 잘 잡히지 않으니 가격은 비싸지고,
게다가 후쿠시마 원자력 사태로
근해의 생선을 기피하는 경향까지 더해진 이 즈음,
드디어 등장한 저 먼 바다의 고등어.
자본의 이 절묘한 타이밍.

고등어 잡이들과
시장 아주머니들은
노르웨이 고등어의 등장으로
모처럼의 고등어 풍년에도 한숨을
쉬지 않을까?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생각하느라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식탁과 안주만 보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

전쟁으로 자신을 지켜오던
미국의 그 비대한 자본주의도
새로운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 멀리, 제국주의의 약탈을 통해
그 거룩한 유럽을 일구어왔던 패러다임이
한계에 이른 것 같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드디어는 여의도에서도
같은 시위가 이어진다.
정당이나 국회, 시청 광장 등에서 일어난
정치권에 대한 시위가 아닌,
자본의 거점 앞에서 일어난
최초의 시위인 것 같다.
그러나 변화가 있기 위해선
먼저 약자들의 커다란 고통이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아무튼, 역사적인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날들이다.

*

한미 FTA가 코 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일까?
어이 없는 현실이 계속 눈 앞에 펼쳐진다.
쌀을 비롯한 한국의 곡물 시장을 노리는
카길의 움직임도 보인다.

몇몇의 이익을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한미 FTA를 반대한다.
반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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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7 02:13 2011/10/17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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