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말

from 나날 2011/10/19 18:44


늦게 물드는 플라타너스.
조금씩 잎이 바래고 있다.

정신 없이 살다보니
벌써 10월도 중순이 지나 버렸다.
마음 들끓을 것 없다고,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을 것도 없다고
스스로 추스른다.

김민기의 '잃어버린 말'이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간밤의 바람은 말을 하였고
고궁의 탑도 말을 하였고
할미의 패인 눈도 말을 했으나

말 같지 않은 말에 지친 내 귀가
말들을 모두 잊어 듣지 못했네

여인의 손길은 말을 하였고
거리의 거지도 말을 하였고
죄수의 푸른 옷도 말을 했으나

말 같지 않은 말에 지친 내 귀가
말들을 모두 잊어 듣지 못했네

잘리운 가로수는 말을 하였고
무너진 돌담도 말을 하였고
빼앗긴 시인도 말을 했으나

말 같지 않은 말에 지친 내 귀가
말들을 모두 잊어 듣지 못했네
말들을 모두 잊어 듣지 못했네

잃어버린 말 - 김민기



*

나무 이파리들은
그저 조용히 물들어 간다.
가만히 들으면 저 잎들도
무슨 말을 할 터인데
내 속에 말 같지 않은 말만 가득해서
못듣고 있었다.








2011/10/19 18:44 2011/10/1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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