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

from 영도 影島 2011/11/17 02:16



지난 해 고향 영도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가
아시아 최고의 여신인 마조(媽祖)여신의 사당이 있다는 정보를 접했다.
지난 번 부산에 갔을 때 그곳을 찾아보았다.

마조신앙은 중국 복건성에서 비롯된 신앙으로
중국 대만 홍콩 등 동남 아시아에 퍼져있다고 한다.
이런 신앙이 어떻게 영도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
마조가 뱃사람들의 신이어서 그럴 수도 있고
일본인들에 의해 들어왔을 수도 있다.

남성 중심의 역사를 오래 겪어서인지
우리나라엔 여신에 대한 신앙이 없는 것 같다.
제주도의 마고할미 전설이 있긴하다.
또 기독교의 문화도 민간 신앙이 담고 있는
여성성을 축출했을 것이다.

한국의 마(馬)씨의 원조는
아랍 이름인 무하마드에서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마조 또한 아라비와 관련이 있을 거라는 가설이 있다.
까마득한 옛날, 아라비아인의 뛰어난 항해술로
아시아를 오갈 때 사람들을 구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먼 바다를 두려워하던 당시 아시아인들에게
그들은 선망과 외경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복건성의 설화가 덧붙여져
마조신앙이 성립되었다는 이야기.
그러니 마조의 媽는 무하마드의 馬에서
여신이기 때문에 女가 붙어 媽가 된 것.

오래 전에 홍콩의 리펄스베이에 간 적이 있다.
그곳의 한 귀퉁이에 울긋불긋한 사당이 있었는데
그곳이 마조여신을 모신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몽콕 부근에도 사당이 있다.

*

한국에 마조사당이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 한 것 같다.
인터넷 검색으로는 말이다.

영도는 신들의 섬이다.
최초의 성당이 세워진 곳도,
부산에서 개신교 교회가 처음 세워진 곳도 그곳이다.
옛날 일본인들의 유곽이 있던 길 모퉁이에는
일본식 지장보살이 서있다.
내가 살던 동네에도
어릴적 당집이 있었다.
영도 하리의 어항에서는
용왕제가 열린다.

바다에 의지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살아가는 이들이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이
다양한 신앙의 형태를 낳았겠지만,
그곳은 개항 전까지 거의 비워진 섬이었고,
이후 외지인들이 몰려 살게 되면서
자신의 신들을 데리고 와서
온갖 다양한 종교가
섞여있는 것일 수도 있다.


*

캐나다의 밴드 로즈(Rose)의
"A taste of Neptune"이라는 곡을 좋아했다.
그 내용은 바다를 건너는 이들이
폭풍을 보내는 무시무시한 바다의 신에게
무사하게 해달라고 공포에 떨며 비는 것이다.
바다를 건너는 서양 사람들의 신앙은
대체로 그러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르게
마조신앙은 어머니 같은 여신에게
저 무시무시한 바다를 잘 건너가게 해달라고
그리고 조난의 위험에서 구해주기를
아이처럼 간청하는 것이다.

현대의 기독교에서도
엄격한 아버지가 아닌 자상한 엄마로
신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려는
시도가 있기도 하다.

*

아무튼, 여신의 사당을 발견한 것은
사뭇 흥미로운 일이었다.
이런저런 상상이 솟아나기도 한다.









2011/11/17 02:16 2011/11/17 02:16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