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높고 쓸모 없는

from 나날 2011/12/05 18:29


아파트 단지에 굴뚝이 있다.
중앙 난방용 보일러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파트의 난방방식이 바뀌었고
쓸모 없는 물건이 되었다.

혹시 아이들이 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까봐
아래 쪽에 철조망을 쳐 놓았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런 탐험을 하지 않는다.
간혹 까치들이 집을 짓곤 할 뿐.

저 굴뚝을 바라보는 것은
나무를 바라보는 것과도 다르고
밤 하늘의 별을 보는 것과도 다르다.

그저 머물 데 없는 마음과 눈길을
잠시 얹는 것,
버려진 것 같은 멀뚱한 내 마음을
잠시 얹어 보는 것.

*

내가 겪었던 많은 실패들을
생각하게 되는 날들이다.

내가 부른 노래는
우주에 가득한 별들의 궤도에
하등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것이고
또한 내 기도는
바다에 가득한 물결에
무엇 하나 보태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그 경험을 통해
내가 조금은 달라지고 깨달아가는
몇몇을 껴안으려 노력한다.
그래도 그 속에
긍정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믿고
걸어가려고 한다.

날이 차갑다.






2011/12/05 18:29 2011/12/0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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