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길

from 나날 2012/01/09 16:31


버스를 타려는 데
먼저 승차해야 할 아주머니가 머뭇거린다.
눈으로부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자기 걸음을 잊은 채여서
내가 먼저 버스에 오른다.

출근을 위해 버스를 타는 곳은
상계 백병원 부근 정류장이고
아마도 가까운 친지 분이 돌아가셨거나
중환자실에 있는 것 같았다.

다음 정류장.
머리카락이 엉망이 한 사람이 오른다.
내 곁에 앉았다가
앞에 빈 자리가 생기자 내려가서는
창문을 연다.
날이 조금 풀어졌지만
창을 열기엔 추운 날씨이다.

주위 사람들이 눈치를 준다.
그러자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한다.
양말을 신지 않은 맨발이었다.

*

금요일은 24시간 누워 있었다.
전 날엔 심하게 무리를 했고
몸살 기운이 심했다.
그러니 요일 개념이 오락가락.

덕분에 오늘이 새 해 첫출근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

예전엔 누가 듣건 말 건
자기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흥얼거리는 것이 '아리랑'이 되었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특히나 영화, 영상의 시대는
아픔과 삶의 부대낌이 공유되고,
치유될 수 있는 과정을 막아서는 장치로 가득하다.
대세가 아니면 존중받지 못하는 한국,
트렌드로만 머물다 사라지는
허깨비만 가득한 코리아.

영화야 말로
가장 자본주의적인 표현의 방식이고
이미 조로해버린 양식이다.
하지만 그 속에 우리가,
내가 있다.

지난 10년 간 생각해왔던 질문.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것,
이미지를 통해 표현한다는 것의 한계와
어쩌면 약간은 허용될지도 모를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는 날.






2012/01/09 16:31 2012/01/0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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