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V-30

from 나날 2012/01/16 14:42


나의 첫 카메라.
10년 전에 이 캠코더를 샀다.
테입을 뒤져보니 2002년 1월 15일이 첫 촬영.
정확히 10년 되었다.

이후 캠코더는
파나소닉 GS400으로 바뀌었고,
다시 hdv인 캐논 HV30으로 바뀌었지만,
다큐멘터리 캡쳐를 할 때는 이걸 쓴다.
데크 대용이다.

이놈을 처음 사고 사각의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보던 때의 감흥이 새롭다.
밤의 불빛, 광고판의 얼굴,
수족관의 물고기, 유리창의 빗방울,
버려진 인형, 고향으로 흐르는 구름,
보도블럭 사이의 이파리, 고향 바다의 물결,
나뭇잎들의 흔들림, 비탈길의 어둠,
어머니의 얼굴,
어린 날의 골목길...

내 지난 날을 돌아보게 했고
세상을 다시 보게했다.
그렇게 나아가면
미래가 열릴 것이라
생각했다.


*

이것저것 많은 걸 찍었지만
인터넷에서 배운 편집법으로 처음 편집한 것은
책상 위의 인형을 움직여 만든
애니메이션이었다.

그 중의 한 편.
옛 클립이 남아있어 올려본다.

 


그리고 이듬 해의 어느 날
가락동 수산 시장에서 촬영한 것으로 편집한
그림일기.




*


카메라를 들고 10년이라면
뭔가 그럴듯한 걸 이루었을 법 한데
지지부진...

암튼, 간다.

 





2012/01/16 14:42 2012/01/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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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16 22:1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주 옛날 카메라는 아닐텐데도 아날로그의 멋이 있네요.
    요즘 대중용 카메라들은 매끈하게 이거저거 삭제하고
    본체에는 더 이상 만질 곳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비싼 돈내고 배우고 찍고 했지만
    정작 사각 프레임이나 그 안에 움직임이나
    소리들이 '있다'고 조금이나마 느낀건 저 역시
    허접하게나마 직접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면서
    만들어보면서 였던 것 같습니다.

    옛날 카메라의 화면 느낌과 수족관 불빛,
    물회오리, 생선의 빛깔, 요런 것들이 잘 어울립니다.
    생선이 되게 맛없게 보이네요! ㅎㅎ

    • 마분지 2012/01/17 01:52  address  modify / delete

      하지만 완전 수동은 아니었다는 거~
      거의 자동에 가까운,
      단판식 중에서는 그래도 좋은 것이었다는...
      암튼 요즘 카메라에 비하면
      촬영을 한다는 느낌은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 올려놓고 보니
      아주 다부지게 보입니다.

      요즘 다시 이런저런 일을 하다보니
      저 수족관으로 들어간 느낌입니다.
      헉헉대는 하루하루네요.
      조금 여유를 가져야 작업도 마무리하고
      생각도 진전이 될텐데
      조절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네요...ㅠㅠ

      HV30은 오늘 AS를 맡겼습니다.
      아마도 다음 카메라는 테입 방식이 아니라
      하드나 카드 방식이 될 것 같네요.
      아직 HV30이 쓸만한지라
      언제쯤이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 작업을 HV30으로 시작할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거나 HD사이즈로 촬영이 되니까...

  2. MANI 2012/01/19 10: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풀HD 캠코더를 하나 들이긴 했는데.. 영상을 보다보면 예전 디카로 찍었던 영상이
    웬지 정이 더 가고 그럽니다. 지금도 캠코더 보다 예전에 즐겨쓰던 캐논 G7이 더 많이 쓰이게 되네요,
    얼마전에는 200 만화소 조그만한 디카도 소니매장에서 사망선고 받고 고이모셔두고 있습니다.
    아날로그라는 말을 신세대에게는 저희와는 또 다른 느낌이겠지요

    • 마분지 2012/01/19 18:39  address  modify / delete

      캠코더를 처음 사고
      가끔 데크를 열고 속을 들여다 보곤했습니다.
      헤드 드럼과 톱니바퀴들과 스프링,철제 프레임,
      여닫을 때의 움직임...

      제가 가장 오래 썼던 GS400은
      동작이 느려서 답답한 면이 있었지만
      테입을 넣고 스위치를 켜고
      스탠바이 상태가 되는 동안의
      철커덕, 지익, 착...하는 소리들이
      여러가지 부붐들이 움직여
      촬영을 준비하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강하게 주어서 나름 좋았습니다.
      그리고 스탠바이 상태에서도
      아주 작게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사실 dv 캠코더는 기록 방식은 디지털 방식이지만
      기록 매체인 테입과 데크 때문에
      아날로그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거죠.
      이게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름 재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기계적인 부분이 많다는 건
      고장의 소지도 많다는 뜻이지만...

      HV30은 액정과 연결선 수리에만
      거의 20만원을 달라고 하네요.
      이건 뭐, 도둑놈들이라는 소리가 절로 납니다...ㅠㅠ
      HV30은 비록 작은 캠이지만
      캐논에 대해 조금 실망하게 한 카메라였습니다.
      원래도 캐논의 색감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cmos가 작아서 그런지
      한쪽으로 붉은 색이 스며들어오고
      기계 자체도 엉성하고 약하다는 느낌...
      결국 별 이유 없이 고장이 나고...
      거기다 수리비까지 이렇게 폭리를 취하니
      메모리 방식으로 확 바꿔버리고 싶습니다만,
      아직 메모리도 비싸고
      또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1,2년은 더 써야겠다는...ㅠㅠ

  3. mani 2012/01/20 00: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전 정말이지 디자인에 질려버렸습니다.
    뚱뚱하다해야할지 정말 디자이너 얼굴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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