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을 위해 사진들을 다시 찾아본다.
그러다가 어릴 때 사진들도 다시 보게 된다.
오륙도가 있는 2월의 사진들, 올려본다.
 


중학교 3학년이 되기 전의 사진.
우리 집이 있던 골목길을 빠져나와
속칭 '아리랑 고개'로 올라가기 전에 찍었다.
아마도 사촌형이 찍었을 것이고
오른쪽 수평선 쪽, 어느 건물의 옥상 위에
오륙도가 살짝 보인다.
햇볕 때문인지 나는 불만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얼굴과 팔 등의푸른 색은
잉크 자국일 것이다.

이 사진을 찍기 얼마 전부터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생겨서
혼자 음악 프로를 들을 수 있었다.
집은 옷 만드는 공장이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진공관 라디오가
음악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밤에 나만의 트랜지스터 라디오로
혼자 음악을 듣는 것은
참으로 좋았다.  

중3을 앞두고 있는 치영이와
같은 때의 사진.
아이는 잠들기 전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mp3을 듣기도 하고
동영상을 보기도 한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때,
친구와 함께 동삼동 매립지를 찾아가서 찍은 사진.
35mm 보다 작은 카드릿지에 들어있는 필름을 쓰는 카메라여서
사진이 흐리다.

오륙도 옆 수평선에 배가 하나 떠있다.

이 겨울에 중고 자전거를 샀고
이 사진을 찍은 친구와 그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곤 했다.

그 친구의 집에 가면
선원이었을 아버지가 가져온 외제 전축이 있었다.
영국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것으로 로보(Lobo)의 디스크를 들은 기억이 있다.
'Me and You and a dog named Boo'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다.
로보의 노래는 좋하하지 않았지만
제목이 특이해서 기억에 남았다.

이 두 사진 사이의 시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았다.



*

풀어졌던 날씨가 다시 차가워졌다.
고향 바다가 떠오른다.
가고싶다.






 

2012/02/08 16:29 2012/02/0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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