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꿈

from 이야기 2012/03/02 03:09


내가 어릴 때 아버지는 경남 산청에 있는 싼 땅을 사서
과수원을 만들고 싶어하셨다.
그리고 거기 작은 교회를 짓고 가족과 함께 살고 싶어하셨다.
신학교를 중퇴했으니 목사도 전도사도 될 수 없었지만
시골에서 작은 교회 곁에 살고 싶으셨던 것이다.

어쩌면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런 식으로 재현하고 싶으셨는지도 모른다.
나날이 어려워가는 공장 운영과
외형만 커가는 도시 교회에서의 회의감에서 벗어나
과일 나무가 널려있고 작은 교회가 있던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으셨는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아이들 교육 문제도 있는데
어떻게 시골에서 키우느냐고 반대하셨고,
이미 전도사의 아내로 고생을 하셨던
이모 역시 극구 반대를 하셨다.
아버지 역시 아이들을 데리고
모험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우셨을 것이다.

*

하지만 길고 긴 시간이 지난 지금
아버지의 그 꿈을 생각해본다.
만약 그때 시골에 내려갔다면 어땠을까?

물론 당시에는 어려웠겠지만
그 후로는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선, 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으셨을 것 같다.
공장 운영과 다른 문제로 마음 고생이 덜 하셨을 것이고
힘든 일을 하시더라도 덜 지치셨을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살아왔던 시간이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현명한 조언들은
때로 가장 중요한 선택을 막기도 한다.
아마도 그 때 어머니와 이모는
현실적으로 바른 조언을 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현명한 조언 보다 중요한 것이
마음을 읽는 조언이 아닌가?

진정한 조언이란 마음 깊은 곳을 엿볼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예전에 그렸던 그림에 덧칠을 해서
아버지의 꿈을 표현해 보았다.
아버지의 뜻대로 시골에 내려간 우리 가족을
상상해서 그려본 것이다.

내게 어떤 꿈이 남았는지
가만히 생각해본다.















2012/03/02 03:09 2012/03/02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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