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번, 29번 버스

from 나날 2012/03/13 16:09

책상 옆에 모셔져 있는 마분지 버스.

고등학교 때 종종 302번 버스를 타고,
해운대로 바람을 쐬러 가곤 했다.
학교에서 걸어내려와 보수동 책방 골목을 지나고
국제시장을 지나 남포동에서 버스를 탔다.
한 시간 쯤 걸리는 거리.

지금 보다 백사장이 폭이
더 넓었던 것 같다.
그래서 버스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도
바다는 아득하게 느껴졌다.
어지러운 바람과 햇볕.

해운대에 가본지 몇 년이 되었다.
이상한 주상복합 아파트들과 빌딩들이 들어선 후로는
별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만 고향 바다를 보고 싶은 마음.


*

저 버스의 뒷면은
29번 버스이다.

어릴 적 29번 버스는
내가 살던 영도에서 출발해서  
조방 앞 고속터미널을 거쳐
초읍으로 가는 노선이었다.
당시의 시민회관에서 열렸던
피카소의 복제화 전시회를 보러 갔을 때,
그리고 한 동안 소식이 없던
막내 고모님 댁을 찾았을 때 그 노선을 탔을 것이다.
그리고 기계 부품을 사러 가시던 아버지를 따라
고속터미널 부근 상가에 가서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보았을 때도
29번을 타고 갔을 것이다.


*

편집을 해나가다 보니
부산에서 뭔가를 좀 더 촬영하고
인터뷰를 추가할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내가 원하는 곳엔 가기 힘들 것이다.
하릴 없이 봄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거리를 걷는 게 좋은데 말이다.

일주일이 넘도록
몸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봄이 온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사람 적은 시간에 버스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다.
 
꽃샘 추위도 서서히 물러가고
정말 봄이다.
 






 

2012/03/13 16:09 2012/03/1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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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ni 2012/03/13 23: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적어놓으신 본문이 저도 아는곳이다 보니.. ^^ 웬지 제이야기 같은생각도 드네요

    마분지 프로젝트 업데이트도 빨리 볼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볼때 참 재밌었거든요

    • 마분지 2012/03/14 11:27  address  modify / delete

      그렇네요,
      보수동 헌책방 골목 잘 아시죠?
      요즘 문화관도
      생긴 모양이더라구요.

      마분지 프로젝트는
      언제쯤 다시 할 수 있을까,
      저도 궁금합니다.
      우선은 다른 일들이 많고
      또 작업을 하려면 장소도 중요한데
      여건이 그리 좋지 않네요...
      천천히 생각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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