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고 싶었고,
스무살이 된 후 고향을 떠나
오랫 동안 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고향에 내려가 살고픈 생각도 합니다만
이런 저런 일들에 발이 묶여있기도하고
여기 서울에서 새로운 걸음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직장인들의 귀성이 대체로 그렇듯
바쁜 일정 속에 고향을 다녀오면,
고향은 스치는 여행의 풍경의
잔상 같은 것으로 남게 됩니다.



내 마음 속의 고향의 모습은
심한 바람과
큰 물결의 이미지로 그려집니다.

늘 고향을 다녀와도
다녀온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드는 것은
내 마음속의 고향이라는 것이
한반도의 남쪽 어디쯤이라거나
행정구역상 부산광역시라는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바람과 파도,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부산스럽기도하고 조금은 정신 없는
불안정한 대기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누구든 고향을 떠나면,
가장 그리운 고향의 이미지들을
마음에 품게 되는 것이지만
실제 그것은 현실의 고향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지요.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까 했더니,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변화한 길목이나
바닷가의 모습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내가 가장 그리워 하는 마음 속의 모습과
실제의 모습이 늘 거리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바람과 파도와 습기를 먹은
불안정한 대기 속의 도시.
하여간 내 고향은 그 속에 있습니다.

오늘 저는 부산에 있을 것이지만,
그 마음 속에 이미 그려진 고향을 발견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고향엘 간다는 것은 좋은 일이고
또 오랜 일의 매듭 후에 찾는 것이어서
마음 편하기도 하지만...

하여간 조용히 쉬면서
바람과 파도 속의 도시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2003.1.18





i talk to the wind / king crimson

2003/01/18 00:00 2003/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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