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강

from 이야기 2012/05/25 01:53


마리안 앤더슨의 'Deep River'.
가사는 이러하다

Deep river My home is over Jordan
Deep river Lord I want to cross over into campground
Deep river My home is over Jordan
Deep river Lord I want to cross over into campground
Oh don't you want to go to that gospel feast
That promis'd land where all is peace?
Oh deep river Lord I want to cross over into campground


한글 가사는 이러하다

깊고 맑은 요단강 건너 내집
주님 계신 곳 그리운 고향에 가리로다
깊고 맑은 요단강 건너 내집
주님 계신 곳 그리운 고향에 가리로다
우리 함께 가세 우리 주님 계신 곳
언약하신 집 평화의 집
오 깊은 요단강 나 건너가 주님 만나리라

*

옛 일본 제국주의 동영상을 찾다가
인터넷에서 이 노래를 발견했다.
1953년 한국전쟁 중의 임시수도였던 부산에
마리안 앤더슨이 와서 공연을 했다고 한다.
미군을 위한 위문공연도 했겠지만
부산에 살고 있던 시민과 피난민들을 위해
별도로 공연을 했다고 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앞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던 사람은
제대로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날 공연에서 그녀는
내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Nobody knows troubles I've seen'도
불렀다고 한다.

마리안 앤더슨은 1897년에 태어났다.
음악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중에 오디션을 통해 가수가 되었다.
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그녀의 공연은 취소되기도 하고
식당에서 쫓겨나기도 해서
밥도 못 먹고 노래 하기도 했다고 한다.

나중에 어떤 인터뷰에서 그녀에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물었는데
어머니께 더 이상 남의 빨래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던 날이었다고 한다.
처음 공연료를 받았던 것이다.

*

2년전 쯤에 '가지않은 임진강'이란 노래를 만들었다.
다케쿠니 선생님의 '건널 수 없는 강(보이지 않는 다리)'의
한국어 가사를 다듬다가
어릴적 아버지가 임진강을 건너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래서 만든 노래였다.
흑인영가인 'Deep River'와 달리
블루지한 포크락이다.
녹음을 못했으니 노래를 들려줄 순 없고
가사를 옮겨 본다.
영화 '박치기'에 나왔던 노래 '임진강'과
다케쿠니 선생님의 노래 때문에
만들어진 가사이다.

내 아버지 어릴적 건넌 임진강
그 강에 가본 적 없네
내 아이 보다 어린 내 아버지
형 손을 잡고 건넜지

지금도 그 물결 흐르나
물새들 자유롭게 넘나드나
아직도 바람은 불어가나
말 없이 구름 그저 흘러가나

내 아버지 못건너간 임진강
그 강에 난 가기 싫네
강가에서 열두 살 아일 만나면
나 그냥 울지도 몰라

지금도 그 물결 흐르나
물새들 자유롭게 넘나드나
아직도 바람은 불어가나
말 없이 구름 그저 흘러가나

(간주)

요단강을 건너가신 아버지
임진강 다시 건널 수 없네
그 강가에 내가 찾아 간다면
강물에 눈물만 보탤껄


*

고향에 갈 수 없는 사람들
그렇다고 남쪽에서 자리도 못잡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며
차라리 저 먼 요단강 건너 있는
천국이라는 곳을 그리는 마음.
깊은 강은 요단강이 아니라
임진강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러하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임진강에
가고싶지 않다.




2012/05/25 01:53 2012/05/25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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