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꽃을- 들국화

from 남의 것 2012/07/06 03:14


형들이 모이면
술마시며 밤새도록
하던 얘기 되풀이 해도
싫증이 나질않는데
형들도 듣기만 했다는
먼 얘기도 아닌 10여년 전에
바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 안에 어떤 곳에
많은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머리에 꽃을)꽂았다고
거리에 비둘기 날고 (노래 날고)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
그건 정말 멋진 얘기야

그러나 지금은
지난 얘길 뿐이라고
지금은 달라, 될수가 없다고
왜 지금은 왜 지금은
난 보고 싶은데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

늦장마가 시작되고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몰아치는 밤.
갑자기 이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일본은 '집단 자위권',
즉 일본에 침공하지 않아도
한국에 군대를 보낼 수 있는 방향으로
헌법을 '재해석'하겠다고 설친다.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대리전을 치른지 60년.
이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을
이땅이 견뎌야 할 위험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말기 자본주의의 위기는
숨가쁘게 세계를 몰아간다.

일본이 '아시아'를 말할 때
이땅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중국이 '미래'를 말하고 있는 지금,
그보다 더 큰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

들국화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
그들이 첫 앨범을 냈을 때가 1985년.
역사의 굴곡으로 인해
아름다운 때에 아름다운 것을
누리지 못했던 나라의
좋은 밴드.

비오는 밤에 갑자기
이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어쩌면 머리에 꽃을 꽂고
이 빗속에서 뛰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길에서 춤추고 노래했던 원효처럼,
머리에 재를 뒤집어 쓰고 춤을 추던
프란시스코처럼.






2012/07/06 03:14 2012/07/06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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