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 편의점엘 가다가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을 주워왔다.
며칠 간의 비바람에
나무에서 떨어져버린 파란 감.
여름을 지나면서 더 커지고
빨갛게 익어가야할테데
그만 나무에서 떨어져 버렸다.
*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었기에
이런 것들에 눈이 갈 것이다.
마침, 주워 온 감이 두 개이니
두 사람이 생각난다.
내 아버지와 대학 때의 친구.
아버지에 관해서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는데
그 친구의 경우는
장례식 이후 단 한 번도
무덤에 가보지를 못했다.
사랑을 받았지만
당시에는 그 가치를 몰랐고
그것을 나중에 깨달으며 슬퍼했던
오랜 감상을 넘어
진정한 사랑으로 나아가라고
말하는 것 같다.
*
두 개의 파란 감은
하늘에서 내 발치로 떨어진
두 개의 계시(啓示)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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