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다는 것

from 나날 2012/10/04 16:24


추석 연휴.
고향에 가서 많이 걸었다.
그리고 병상과 요양원에 있는 어른들도 뵈었다.
큰 어머니 댁도 방문을 했는데,
도로 확장으로 30년간 살던 집이 헐린다고 하셨다.
가난한 살림에 제대로 된  셋집이라도 구하겠느냐며
큰 어머니는 걱정 하셨다.
마루에서 열린 문 쪽으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

학교 다니던 시절 이런 노래가 있었다.
가끔씩 부르곤 했다.
 
사라진다는 것, 부서진다는 것
구멍이 뚫리거나 쭈그러진다는 것.
그것은 단지 우리에게서 다른 모양으로 보일 뿐
그것은 깊은 바닷속 물고기처럼
지느러미 하나라도 잃지 않고
이 세상 구석구석 살아가며
파란 불꽃을 퉁긴다.

과연 그런걸까?
'그것'은 정말 모양을 바꾸어
세상 구석구석 다니며
어디선가 파란 불꽃을 퉁기는 걸까?
아무런 잔해도 없이
그저 소멸하는 것은 아닐까?
세상의 덤덤한 무심 속에서
그저 사라지는 것 아닐까?

내 바탕과는 조금 상반되게
오랫 동안 사라진 것, 사라져 가는 것,
부서져버리는 것에 마음을 두고 살아왔다.
그것들이 뿜어내는 여린 빛들을
담으려 노력해왔다.
그 또한 어쩌면 애처로운
노력이 아닐까?

사라지는, 사라진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두는 것은
감상일까 애정일까?
아니, 그 경계는 어디일까?
좀 더 가다보면 알게 될까?

암튼, 간다.








2012/10/04 16:24 2012/10/0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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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시라기 2012/11/09 12: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가끔 불렀고... 지금은 더 공감하는 노래...

    • 마분지 2012/11/10 06:33  address  modify / delete

      다시라기님, 반갑습니다.

      '다시라기'가 무엇인가 궁금해서 찾아보았더니
      진도의 상가에서 이루어지는 무속 행사로군요.
      죽은 할아버지가 젊은 아낙네의 배를 통해
      다시 태어난다는 내용을 읽고 보니,
      아주 오래 전에 알고 있었던 내용인 것도 같습니다.

      '사라진다는 것'을 부르던 시절
      그 노래가 마음에 들었는 이유는
      너무도 쉽게 사라지는 것이 많은,
      시대적이기도 하고 개인 적이기도 한
      절망감들을 이기기 위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더 공감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요즘의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이런 저런 일들에 시달리다 보니
      힘이 많이 빠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 파란 불꽃을 찾는 마음,
      그것이 약해져있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파란 불꽃을 찾고 살리는 일에
      조금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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