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처럼

from 이야기 2012/10/08 18:27

 
작업에 심각한 차질이 생겨 멍한 상태가 되어버렸던 금요일.
브레송의 '시골 사제의 일기'를 다시 보았다.

교구의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시골 사제는
아버지와도 같은 선배, 토르시의 사제를 만난다.
그때 괴로워하는 젊은 사제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난, 네가 이렇게 어린 줄 몰랐구나"

아이 같은 순진함 때문에
젊은 사제는 교구의 신자들에게 배척을 받게 된다.
그리고 점점 죽음을 향해 달리게 된다.

하지만 그의 아이와 같은 태도가  
중요한 것임을 다시 새기게 된다.
물론, 많은 갈등과 문제가
그 지점에서 일어난다.

"사람들은 순진함을 좋아하지도 반기지도 않지,
삶이란 그런 것이네"

*

힘이 빠져 있었는데 위로를 받았고
작업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 같은 마음으로 무언가를 담으려던
처음의 그 마음.

때로는 말을 멈추는 침묵이 필요하듯,
어른스런 계획을 내려놓고
아이같은 상태로 머무는 것도
필요한 것이다.

*

토르시의 신부의 다른 말도 옮겨 본다.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은,
나는 언제나 올리브 숲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야"

'올리브 숲'이란
로마군에게 잡히기 전
예수가 피땀을 흘리며 기도하던 '감람산'일 것이다.
함께 있는 제자들은 피곤해서 잠이들고
혼자 깨어 죽음과 맞서던 시간.
사랑을 위해 모든 고난을
각오한 그 자리.







 


2012/10/08 18:27 2012/10/0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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