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나온 후,
친구의 사무실에 자리를 빌려
일하기 시작했다.

올림픽 공원 부근의
그 낡은 오피스텔은
늦은 밤이면 복도의 불이 꺼졌다.
사무실을 나오기 위해서
불빛 하나 없는 복도를 지나
비상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했다.
정말 귀신이 나올 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그럴듯한 말로는
프리랜서였으나
집도 절도 없는 보따리 장사의
시작이었다.

명함을 새로 만들고
새 수첩을 사고
참 많이 걸어다녔다.
 
암튼, 그 어느 날
친구 사무실 근처의 횟집에 갔다.
술을 마시긴 했는데,
수조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멀뚱거리는 물고기가
크게 보였다.



 



*

촬영: trv30
음악:  la catedral, 2nd/ mangore
2003/02/13 00:00 2003/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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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asmine  2009/05/27 17: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횟집 수족관의 물고기들에게 손을 흔들며 "안녕, 오래오래 살아."라고 인사를 했다가.....친구가 퉁을 주면서 횟집 주인이 들으면 널 가만 두지 않을 거라는 말에 흠칫~했던 기억이 나요. 물고기들 뒤로 포 뜨는 아저씨를 보니......참 여러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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