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무슨 사진일까?
남아있는 아버지 사진 중에 끼어있는 한 장.
사람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다.
줄에 걸린 옷을 잡으려는듯
아래에 겨우 걸친 손이 뻗쳐나가려는 순간의
기울어진 앵글.
함께 있는 사진들이
군대의 옛 전우들과 함께한 사진인 것으로 보아
줄에 걸린 옷은 군복이고
아래 왼편에 걸린 모자는
군인 모자인듯.
이런 사진은 어떻게
남아있는 걸까?
*
어린 시절 집에는
가족 사진으로서의 효용이
매우 떨어지는 사진들이 제법 있었다.
그저 화분이 나오거나
물배급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있는
물동이들의 사진 같은 것.
그런데 이 사진은
그런 선명한 이미지조차 없다.
다만, 전후의 사진을 보면서
추측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함께 군생활을 했던 친구들을 만나서
태종대에서 놀다가
여관에서 밤을 새며 이야기를 하다가
깨어난 후의 어느 한 순간.
*
사진이 동영상보다 중요한 것은
담고 있는 정보가 더 적기 때문일 것이다.
겨우 한 순간을 보여줄 뿐이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많은 것들을
되살리는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나는 영상의 형태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지만
그런 확정되지 않는 순간과 그 파장들을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붙였다 떼고 또 붙여가면서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다.
갈 수 있는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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