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어디인가?

from 나날 2015/03/10 13:25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장면.

결국 편집이 끝났다.
2시간 43분의 길이.

최초의 가편집은
3시간 5분이었는데 그나마 줄었다.
나 스스로도 끝까지 보기 힘들고
누군가에게 봐 달라는 말을 하기도 그런
길고 긴 영화가 되었다.

하지만 더 줄일 수가 없다.
편집 상의 아쉬움 때문에
약간의 조정이 있을 것이고
소스의 저작권 문제 때문에
사소한 수정이 있을테지만
구성도 변하지 않을 것이고
길이도 거의 그대로 일 것이다.
이것은 나의 영화이고
내 아버지의 영화이다.
이정도의 말은 하고싶다.

*

8일 새벽,
파일 출력을 끝내자
흔들거리던 어금니가 하나 빠졌고
동생으로부터
외숙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버지를 좋게 생각하시고
그 삶을 안타깝게 생각하시던,
어머니를 아끼시는,
몇 해 전 인터뷰를 할 때
꿈을 꾸면 천국에 가시는데
그때마다 아버지를 보신다고
꿈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묘한 기분이었다.


*

지난 얼마간은
내 스스로를
눈 덮힌 알프스를 넘어가는
코끼리라 생각하며 마무리에 임했다.
다른 길은 없는 것이라며
나아왔다.

오사카에서
상영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일본어 자막 작업을 하느라 더 힘들었다.
기독교와 관련해서
한일 역사의 문제도 언급하고 있는데
일본에서 첫 상영을 하게 되다니 뜻이 깊다.
이번 토요일(14일)에 상영.

*

작은 캠코더를 들고 걸어왔던
지난 십 수년을 매듭짓는 영화.
마무리에 도움을 주었던
몇몇 조언과 도움에 감사드린다.
결코 잊지 않겠다.

*


큰 바다를 하나 건넌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도착한
이곳은 과연 어디인가?

아무 생각없이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지만
이제야말로 시작인 것이다.












 
2015/03/10 13:25 2015/03/1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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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ni 2015/03/11 09: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역시 단순 인터뷰 30분을 정리하는데 엄청 힘들었었는데.. 2시간 이상이라면 생각만해도 힘들어지는거 같습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끝나고 난뒤에 .. 그성취감은 그무엇으로도 보상이 안될겁니다.

    • 마분지 2015/03/11 19:31  address  modify / delete

      끝내고 나니까
      그간 작업에 너무 힘을 빼서 그런지
      성취감이라기 보다는
      힘이 좍 빠지고
      좀 멍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차차 기분이 좀 나아지겠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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