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무표정

from 이야기 2003/03/03 00:00


아이가 유치원에 입하면서
처음으로 찍은 증명사진을 보면서,
오래오래 눈물이 났습니다.

평소의 웃는 모습이나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 아니라
통용되는 증명사진이 요구하는 포즈와 표정을 짓느라
평소의 생기와 웃음은 간데 없고
몸은 뻣뻣하게 굳어 있고
얼굴은 무표정했기 때문입니다.

눈물이 났다,라는 감정을 더 깊이 파고 들면
저의 감상이 많이 섞여 있을 것입니다.
천방지축으로 뛰어놀던 아이가
드디어 사회라고 하는 틀 속으로 들어간다는
안스러움이 가장 큰 요인 이었을 것이지만,
그저 한 아이였던 제가
사회의 한 성원으로 커오면서
부대꼈던 많은 것들이
재 아이의 앞에도 놓여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그저 한 아이일 뿐인 아이가
드디어는 어떤 사회에 속하고
관계를 맺어야 하고
또 그 관계를 통하여 존재가 정의 되기도 하는,
당연히 거쳐야 하면서도
쉽지 않은 사회화의 과정을
여린 녀석이 겪어야 한다는 생각.


오래 전 어느 날,
저의 초등학교 1학년 때를 생각하고는
머릿 속에 현기증 같은 것이 일어났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동네에서 코흘리며
서로 치고받으면서 놀던 아이들이었는데
학교란델 입학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1등부터 70등까지 등수가 정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시험으로 등수를 정한다거나
하지 않는 것을 들었습니다만 그때는 그랬지요.)
어떤 아이는 여유가 있어서 유치원을 다녔고
또 어떤 아이는 부모님이 다 일나가시는 관계로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입학을 해서
준비물도 교재도 챙기지 못하고...

사실 그 차이는 아이들의 차이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물론 아이들에게도 차이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개별적 존재로서의 차이인 것이지
차등이 아닌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학교는 사회는
그것에 차등을 두는 등수를 부여했고
그것은 대체로 차별로 이어졌습니다.


자라면서 증오를 배우는 아이도 보았고,
또 교사로 대변되는 사회와 대응하여
일찌기 폭력의 길로 가는 아이도 보았습니다.
그 모두 가슴 아픈 일이지만
지금 생각할 때
가장 오래 저변에 남아있는 이미지들은
아이들의 무표정입니다.

아이의 무표정에는 말을 건넬 수가 없습니다.
그 순간적인 자폐, 그 절대적인 고립..
그것에 다리를 놓을 인간의 말은 존재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사람은 반응을 통하여 자라난다고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 말을 걸고 대꾸하고
차차 그런 주고받음이 깊어지고 성숙하면서 성장하고,
소위 사회화를 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하나 어떠한 이유에서이건
주고받음이 끊어진 절대적인 절연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자기가 주고 받음의 관계에 안겨져 있지 않음을
자각하는 것을 넘어서서
관계 속에서 스스로가 체념되어버렸을 때의 표정.

"사백대의 구타'라는 유명한 영화가 있습니다.
뒤 늦게 그 영화를 보고
마지막에 아이가 정면을 응시하는 무표정에서
오래오래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증명 사진이란
죄수들, 적어도 사회적 관리 대상인 사람들을 다루기 위한
체제의 도구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귀족들의 초상화들이야
대체로 비스듬히 앉은 모습에
그들의 지위와 위상, 혹은 위의를 드러내는
배경을 두고 그리는 것이었지만
증명사진의 얼굴이란
그의 생각, 그의 내면이 모두 제거된
아무 것도 없은 배경앞에 툭 던져져 있습니다.
그가 어떠한 존재인지
그가 어떠한 역사를 지녔는지
그가 어떠한 내면을 지녔는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무표정한 피사체로서
한 사람은 사회에 받아들여지고
관리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무표정에는 
증명사진을 찍히는 존재의 단절과도 같은,
오히려 그보다 더한 고립이 있습니다.
스스로의 체념조차도 넘어서버린,
체념되어져버린....

반발을 하거나
반항의 방식으로 반응을 하는  단계를 지나
스스로 무감각 속으로 도피해버린...
가장 슬프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인도의 어떤 아이- 최민식
                                           영화 사백대의 구타의 마지막 표정을 넣고 싶었는데
                                           소스를 구할 수가 없군요...





nature boy / jose peliciano

There was a boy
A very strange enchanted boy
They say he wandered very far,
Very far over land and sea
A little shy and sad of eye
But very wise was he

And then one day
A magic day he gave my way
And so we spoke of many things
Fools and kings, this he said to be
"The greatest thing you'll ever learn
Is just to love and be loved in return"
 
"The greatest thing you'll ever learn
Is just to love and be loved in return"

2003/03/03 00:00 2003/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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