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내선 9-4

from 나날 2016/05/30 14:16


구의역에서 안전문을 수리하던 청년이 죽었다.
서울 메트로의 하청을 받은 회사의 비정규직이었다.
원래는 2인 1조의 작업이 원칙이었으나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위험에 노출된 상황에서 혼자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

또래의 수 많은 아이들이 올해 대학을 진학했지만
청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해야했다.
그리고 정규직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위험한 보수 작업을 계속해왔다.
어렵게 일해서 월급을 받으면
어린 동생에게 용돈을 주는 착한 형이었다.
그리고 가난한 부모에게는
안스럽고 대견한 아들이었다.
사고가 난 날은 그의 열 아홉번 째 생일 하루 전.
사실 그는 청년이 아니라
소년이라고 불러야 할 나이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하는
착한 아이들이 월급이란 걸 받으면 어떻게 하는지
어려서부터 많이 보았다.
작은 선물을 사고, 친구에게 밥을 사고
또 자기 보다 어린 동생에게 용돈을 준다.
힘들게 일해서 받은 작은 월급도
기뻐하며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적금을 든다.
미래에 대해 작은 희망을
가지는 것이다.  

남겨진 그의 가방에는
안전문을 수리하는 도구 몇몇, 작업에 관한 서류,
그리고 사발면이 하나 들어있었다.
그리고 스텐레스 숟가락 하나.
끼니도 거르고 일을 해야했던 소년의 나날을
그대로 보여준다.

누군가는 책상에 앉아
훨씬 더 많은 돈을 챙기고
힘들고 위험한 일에 내몰린 사람들은
그에 훨씬 못비치는 수입으로 일하다
이런 어이 없는 일을 당하는 현실.

소년에게 희망이 없다면
미래는 오지 않을 것이다.

소년의 명복을 빈다.
어떤 말도 소용 없겠지만
가족들에게 하늘의 위로가
함께하길 기도한다.

 
*

구의역 사고 현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추모의 걸음을 하고 있다.
열 아홉살 초가 올려진
생일 케이크도 놓여져 있다.























2016/05/30 14:16 2016/05/30 14:16

Trackback Address >> http://lowangle.net/blog/trackback/718

댓글을 달아 주세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