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소리

from 나날 2016/08/01 13:18


한낮의 아파트 단지는 매미 소리가 지배한다.

한 해에 겨우 몇 주 정도 듣게 되는 매미 울음이지만
그 소리가 들리는 시간은 마치 영원처럼 느껴진다.
여름의 강렬한 태양 아래서는
종종 시간이 증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무성한 매미 소리 속에 있어도 그런 기분이 들곤 한다.
과거도 미래도 없는 하나의 시간.

귀가 멍멍하도록 울어대는 매미 소리는
한편으로는 수 많은 사람들의 함성처럼 들린다.
항쟁과 혁명의 물결에 함께하던
수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과연 제대로 새겨지고 있는 것일까?
혁명과 항쟁의 역사라는 것은
나중에 승리의 주체라고 인정되는
소수에 집중되어 쓰여지기에
무언가 중요한 것이 배제 되는 것은 아닐까?
1979년 부마 항쟁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당시에 수 많은 부랑자, 뜨내기 같은 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는 것을
애써 기록해둔 글을 접한 적이 있다.
역사적 순간이 기록으로 옮겨지면서
언저리의 수 많은 이들의 이야기는
배제되거나 지극히 간략해진다.

이 나무 저 나무로부터 모여들어
여름 하늘을 지배하는 거대한 음향.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소리가 아니다.
가깝고도 먼 여러 소리들이 모여 내는 것이다.
매미 소리에 싸여서
우리가 귀기울이지 않았던
수 많은 목소리들을 생각해본다.














2016/08/01 13:18 2016/08/0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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