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나날 2016/10/25 13:33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산에 다녀왔다.
도봉산 우이암.
북한산 산행 코스로는 쉬운 곳이라는데
내게는 많이 힘들었다.

처음으로 큰 산을 보았을 때가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였다.
숙소를 나서서 희끗하게 눈을 덮어 쓴
설악산을 보았을 때
무언가 이상한 감정이 솟았다.
넓게 열린 공간 저만치
커다란 존재가 떡 버티고 있었다.
산으로부터 내 눈까지의 공간마저
알 수 없는 기운에 가득차 있는 것 같았다.  
당시에 그 감정에 적당한 단어를
제대로 찾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장엄'이라는 단어가
적합할 것 같다.

높은 산과 커다란 나무.
그것은 산이 많이 이 땅에서
신성한 무엇이 비롯되는 출발점이었다.
태백산 신단수.
단군신화는 거기서 시작된다.
신성한 숲과 나무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평지의 숲에서 살았던
유럽인들의 이야기와는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숲과 나무로부터 비롯된
종교성이란 것도
서로 다르게 사회에 수용되어 왔을 것이다.
서양, 유럽의 숲과 나무의 신들은
카톨릭에 많이 흡수되었다.
한국의 숲과 나무의 이야기는
옛 불교에 제법 스며들었지만
유교와 기독교에 의해 많이 배제되어
산 위에 고립된 것 같다.

서울 북쪽의 산들은 멋있다.
그런데 이 십년 전에 올랐던 때와 다르게
시가지가 늘어났고
아파트들이 너무 많아 보였다.
다행히 저 멀리는 능선들이
겹치고 어긋나며 그려놓은 선들이
조금은 위로해주었다.

산이 아니라 평지에 펼쳐진
깊은 숲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

고등학교 때 심야 라디오에서
가끔 들려주곤 하던
스타일리 스틱스의 노래 하나.



It was midnight on the mountain
It was stormy
It was cold inside the cave
I was hiding from the world and I was lonely
And afraid, and afraid

There was a thunder on the mountain
There was lighting from the angry skies above
Just as if the Lord was saying to the people
Where is love, where is love

From the mountain, from the mountain
He was asking "Where is love?
What has happened to my children?
Have they turned away from me?"

From the mountain, from the mountain
He was asking "Where is love?
Why is brother killing brother?
That was never meant to be
You have poisoned ev'ry river ev'ry tree
I see a land of hunger
Where once the earth was green"

It was morning on the mountain
He said "Now the time had come for us to part,
You must go down from the mountain
Tell the people, they broke my heart"
You must go down from the mountain
Tell the people, they broke my heart









2016/10/25 13:33 2016/10/2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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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민예나아빠 2016/11/08 20:3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사시는 가까운곳에 멋진 산이 있어 좋으시겠습니다. 산이 그렇게도 많은데...한국의 산들은 사람 땀과 때가 많이 탄 것 같아요.

    • 마분지 2016/11/10 12:49  address  modify / delete

      학교 다닐 땐 이쪽 산 근처에 오면
      지금 보다는 산의 기운을 강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아파트도 많이 들어서고
      또 등산로에 계단과 난간도 많아지고
      오르내리는 사람도 많아지고...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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