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바람

from 영도 影島 2017/01/31 15:03

고향에 다녀왔다.  
불과 1년 사이인데 부산에는 변화가 많다.
새롭게 세워지는 아파트들이
익숙했던 도시의 선들을 지우고 있다.

영도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그래서 웅크렸던 마음 속의 무언가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사실, 사람의 마음 속엔 날개가 숨어있는데
사방에서 부는 바람이
그것을 흔들어 대는 것이다.  
특히나 겨울의 바람 속에는
마음의 바탕까지 흔들어 대는
이상한 충동질이 숨어있다.
산을 넘고 모퉁이를 돌아
창틀을 흔드는 밤 바람은
어디론가 떠나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어린 날 나는
그 바람 소리의 부추김에
고향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바람 속에는
아득한 옛 이야기도
숨어있을거라는 생각도 든다.
겨울의 나뭇가지를 흔들고
결국 마음을 흔들어대는 바람 속에는
지금 나의 말로는 번역하기 힘든
아득한 옛 이야기가
담겨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 것이다.
하리에서 사냥을 하고 조개를 주워 먹으며
또 고래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나섰던
신석기인들의 이야기가
얼핏 들리는 것도 같다.

바람의 충동질에
고향을 떠나
먼 곳을 향했지만
어쩌면 나는
그 먼 곳의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인지도 모른다.
바람은 아득한 장소를 말했던 것이 아니라
아득한 시간을 이야기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영도에 오면
언제나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무언가 좀 더 말 해져야 하고
약간은 해명되어야 할 어떤 것들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바람 때문일 것이다.

몇 해 전,
영도에 대한 긴 작업을 구상했는데
과연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싶다.
지금, 나무에 대한 이야기도
허덕이면서 나아가고 있다.
아무튼, 그 바람에 대해
혹은 바닷가의 햇살에 대해
말 할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

사진은 막내 동생의 집에서 본
부산 북항의 일부.








 
 



 

 
2017/01/31 15:03 2017/01/3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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