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꽃

from 나날 2017/03/20 14:10

아파트 앞 화단에 매화가 피었다.
드디어 서울에도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촬영을 시작한 지 1년을 넘겨
다시 봄의 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지난 주에 눈을 감으면 이상하게도
무언가 꿈틀 거리는 것 같은
미세한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꿈틀거림도 아니었지만
그런 기분이 며칠 계속되었다.
나무에 물이 오르고
속으로 꿈지럭 거리며
피어날 준비를 하던 기색을
느낀 것일까?

길고 긴 겨울이었다.
박근혜 탄핵은 당연한 귀결이었지만
그 과정은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수 많은 시민들의 외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탄핵이었지만
이 체제가 박근혜를 내쫓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인 것 같다.
5월에 대선이 치러질 것이고
이변이 없는 한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것이다.
법적인 절차를 통해
그릇된 권력자를 축출했다는 이 체험은
지금까지 시민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값진 것이고
두고두고 중요한 유산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권교체라는 단어에
거칠게 압축된 수 많은 희망에
다음 정권은 제대로 부응할 수 있을까?
정치 체제에 기대하는 것만으로
그 희망들을 이룰 수 있을까?
결국은 스스로가 움직여 나아가는
다양한 걸음들이
세상을 조금 바람직하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나의 걸음은
어떠해야할지
꽃 봉오리 열리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을 한다.

*



내 고향의 꽃 동백.
서울에서는 동백을 보기는 힘든데
누군가 아파트 단지 화단에
한 그루 심어두었다.
용케도 잘 자라고 있다.
노란 술이 있는 전형적인 동백은 아니지만
남쪽의 나무가 여기서도 자라고
꽃을 피운다는 것이 신기하다.

막 터지려는 봉오리.
겹겹의 꽃 잎이
이제 막 밖으로 터져나오려는 순간,
빅뱅 직전의 우주.




























2017/03/20 14:10 2017/03/2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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