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한 사람이 죽는다면
그 사람의 기억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 기억을 누군가에게 전했더라도
불완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은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기억들에
귀를 기울이고
사람들은 애정이 있는 이들의 말에
귀를 연다.

존중받지 못한 기억들.
그 사람의 머릿 속에서
생의 감각들과 엉켜있는 그 덩어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저 사라지는 것일까,
아니면 우주적 서버 같은 것에
저장이라도 되는 걸까?

기억에 대한 것 뿐 아니다.
어떤 시도들,
열망이 있었지만
나아갈 길을 찾지 못했고
실현할 능력도 없었고
불운한 자리에 놓였던 그 뜻들은
또 어떻게 되는 것일까?
역시 모두 없어지는 것일까?

세상은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결과로 무언가를 확인할 뿐이고
여물지 않은 과정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은 드물다.
사실 세상은 냉혹하고 잔인한 것이고
대부분의 삶은 고립 속에
그저 스러진다.

살아남는 조건과 능력 만을
중요시 할 경우
우리의 삶은
진화적 우열에 지배되는
동물의 삶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과정과 가능성을 긍정한다고 말하지만
결과를 상정하지 않은 과정과 가능성은
의미 없는 것으로 취급되지 않는가?

눈길 받은 적 없는 진실,
존중 받지 못한 시도,
아름답지 못하고
흠모할 어떤 것도 없는 삶.

*

헉헉 거리며 해온 작업,
이제 다시 정신을 차리고
중요한 인터뷰들을 해야한다.
1년 넘게 나무를 찍다보니
나무가 좀 더 친근하고
내 속의 깊은 곳과 닿아있는
소중한 존재들처럼 여겨진다.
가끔은 인사도 건넨다.

이 작업을 하면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무엇에 기대어 나아갈 것인지
생각해 보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나무와 꽃과 풀을 찍어오면서도
온전히 자라지 못한 것들에
여전히 눈길이 가고 있다.

실패한 것,
패배한 것,
알려지지 않은 것,
잊혀진 것,
거절 당한 것,
그저 지나치는 사소함.

그런 인생,
그런 시도,
삶의 의지.

하나 같이 소중하지만
그저 망가져버리는
그 모든 것들은 도대체 무엇일지.
여전히 질문이다.

질문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얻어질지 어떨지 모를
답을 찾아 가는 것이
맞는 길일까?



 






2017/05/22 18:20 2017/05/2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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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민예나아빠 2017/12/02 08:5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기억에 대한 많은것들을 생각하다가 갑니다.

    • 마분지 2017/12/04 16:17  address  modify / delete

      그런데 옛날에 쓰시던
      네이버 메일 주소,
      그대로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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