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from 나날 2017/09/17 02:13

어느새 가을이다.
가을 햇살을 쬐고 있는 수건들이 예쁘다.

여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휴가도 없이 일을 하고
작업도 마무리 짓지 못한 여름.

누군가 말했다.
사무실을 열고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거라고.
어쨌거나 위태롭고 어려운 한 철을 넘겼다.
그렇다고 형편이 나아진 건 아니다.
긴 추석 연휴가 기다리지만
고향에 가지 못할 것 같다.

<나무가 나에게>.
지금 만들고 있는 다큐멘터리의
잠정적인 제목이다.
이 작업을 마무리 할 때가 왔다.
2월, 3월에 해야할 인터뷰들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일로 시기를 놓쳤버렸고
이후론 가혹한 일 때문에,
그리고 끊어진 리듬감 때문에
진행하기 어려웠다.
이러다 보니
앞으로의 작업에 대해
고민도 하게 되었다.

어떤 작품에서
바닷가의 태풍에 대해 표현한다고 하자.
소설의 경우는
자판을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가능한데
영화의 경우는
우선 바닷가에 가야 하고
장비들, 스태프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태풍이 불어주어야 한다.
과연 영화라는 표현방식이
나의 형편에 맞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영화는 그런 한계 때문에
그 만의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또 글이란 것이 그냥 쓰여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다시 어린 날의 책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종종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다음 영화들을 생각하게 되는데
계획 중의 무엇들이 늘 그렇듯
참 그럴듯하게 느껴진다.

지금 만들고 있는 <나무가 나에게>는
나에게 원점이 될 것이다.
이미 길고 긴 장편을 하나 마쳤지만
그건 내가 스스로를 견디기 위해 해야만 했던
어떤 일이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다음의 길은
이걸 마치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데
처음으로 '미래'라는 단어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이상한 일이다.
여전히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미래라는 낱말이
마음에 자리 잡는다.

아무튼
볕이 좋은 날들이다.


*

가을 햇살을 보니 문득
이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영상은 마음에 들지 않고
뒷부분의 사운드도 잘랐지만
링크를 올려본다.


내가 태어난 날도
극심한 괴로움을 겪는 날도
그리고 죽는 날도
누군가에겐
그저 '어떤 하루'일 것이다.
가을 햇살은
그런 비명과 외침과 고통들에
전혀 무심하기 때문에
아름답다.


가사)

I read the news today, oh boy
About a lucky man who made the grade
And though the news was rather sad
Well I just had to laugh
I saw the photograph
He blew his mind out in a car
He didn't notice that the lights had changed
A crowd of people stood and stared
They'd seen his face before
Nobody was really sure
If he was from the House of Lords

I saw a film today, oh boy
The English Army had just won the war
A crowd of people turned away
But I just had to look
Having read the book
I'd love to turn you on

Woke up, fell out of bed
Dragged a comb across my head
Found my way downstairs and drank a cup
And looking up I noticed I was late
Found my coat and grabbed my hat
Made the bus in seconds flat
Found my way upstairs and had a smoke
Somebody spoke and I went into a dream

I read the news today, oh boy
Four thousand holes in Blackburn, Lancashire
And though the holes were rather small
They had to count them all
Now they know how many holes it takes to fill the Albert Hall
I'd love to turn you on


*

이 노래를 들으니
그림일기를 만들던 날들,
그날의 햇살과 이파리와 바람,
사람들과 감정을 카메라에 담던
시간이 그리워진다.













2017/09/17 02:13 2017/09/17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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