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나에게

from 나날 2018/01/08 17:20

<나무가 나에게>의 편집이 끝났다.
1시간 32분 46초.

2016년 초부터 2017년 봄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의 나무들을 촬영했고
특별한 계획 없이 직감적으로 붙여 나갔다.
카메라의 움직임도 없고
별다른 영화적 장치도 없다.
나레이션도 없고
그저 자막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사이 사이,
나무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지닌 이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았다.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다른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내 주변에서 시작했던 작업.
한 해가 지나고 새봄이 오는 동안
나무와 가까이 지내다보니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나무의 생명이
내게도 스며든 것 같았다.
지난 해 봄에는 나무의 움이 트거나
수액이 오르는 것 같은 기색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나무라고 하면
신화적인 어떤 것을 생각하기도 하고
생태나 환경의 문제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런데 <나무가 나에게>는
근원적인 나무도 아니고
숲 속의 나무도 아닌
내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도시의 나무를 통해
나무라는 존재에 대해 더듬어 본 작업이다.

어쩌면, 도시의 소음에 시달리며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나무을 보면서
그 낱낱의 나무들처럼 고립되고 소외된
작은 존재들에 대한
일말의 긍정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시간'과 '존재'라고 하는 문제를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정돈하는 계기가 되었다.

별 것 없는 영화에
기꺼이 자신의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분들의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좋은 상영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자,
아주 심심한 이 영화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어쨌거나
두 번째 장편을
끝냈다.








2018/01/08 17:20 2018/01/0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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