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며칠

from 나날 2018/01/29 12:27


제주에 다녀왔다.
바람 심하게 불고 눈은 계속 흩날리고
한라산은 봉우리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7년만에 운전을 했다.
그런데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차를 달리는 것은
어디론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도 상의 한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대부분은 길에 있는 것이고
그 사이에 스며드는 감각이 중요한데
네이게이션 운전은
특정한 목적지 외의 장소를
배제 시킨다.

거의 20년만에 친구를 만나
잠시 머물렀던 남원이 좋았다.
사진을 남기고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정감이 스며들어 왔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바닷가에서
며칠 머물 수 있어 좋았다.


*

<나무가 나에게>의 상영 기회가 생겼다.

사실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가진 약간의 재주마저 버리고 만든,
뼈 밖에 없는 이 심심한 영화를
누가 볼까 싶었는데 의외였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을 생각하면
정말 다행이다 싶다만,
제대로 보일 수도 없는 영화를 만드느라
고달프게 사는 삶을 벗어나
어린 날의 책상으로 돌아가
조용히 글을 쓰는 게 어떨까 싶었는데
이건 계속 영화를 만들라는
하늘의 뜻인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애쓰며 만들어온 영화가
좋은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런데 계속 그렇게 걸어가야 하나 싶어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그래야만 한다면,
내 고향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을 것 같다.
영도 사람들.

아마도 그래야겠지.





 

 





 

2018/01/29 12:27 2018/01/2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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