똡슈르

from 나날 2018/02/05 16:29

알타이의 유랑 가수들이 사용하는 악기 똡슈르(topshur).

'카이치'라 불리는 유랑 가수들은
저 똡슈르를 들고 '카이'라는 서사곡을 부르면서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닌다.

우연히 어제 그 삶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고
두 줄 짜리 악기와 함께 하는 노래에 매혹되었다.
인상적인 부분은 노래를 시작하며
자신의 똡슈르에게도 부탁을 하는 점이었다.
'똡슈르야 이 이야기를 잘 전할 수 있도록 도와 다오'
신의 숨결을 전하는 악기인 것이다.

개방과 개혁 이후로
알타이에 사는 카이와 카이치에게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다큐의 주인공인 카이치는
'관광 상품이 되느냐, 바람의 혼을 노래하느냐'는
고민을 한다.

*

하드 락을 좋아하지만
한편으로 아득한 시절을 불러오는 음악을 좋아한다.
소위 클래식도 많이 들었지만
독일 고전주의 이전의 다소 엉성하지만 정감있는 곡들이 좋다.
어딘지 여백이 있어서, 내가 다 알진 못해도
무언가 중요한 어떤 것이 있었을 것 같은,
어떤 흔적과 기색을 느끼게 하는 음악.
어린 날 방문을 여닫으면
걸어놓은 기타가 줄을 울리곤 했다.
그러면 바람에 감응하는
어떤 원초의 음악 같은 것이
들리는 듯 했다.

몇 해 전,
아누아르 브라헴(Anouar Brahem)의
'우드' 연주를 듣곤 했다.
우드란 거칠게 말하면 아랍의 류트일 것이나
사실은 서양 류트와 기타의 선조일 것이다.
서양 음악이 스스로 질리고 질려
애써 되찾으려는 여백의 어떤 것들을
느끼게 해주는 음악을
똡슈르와 함께 하는 카이치 역시
들려주고 있다.

원래 나무와 영혼과
바람과 신은 하나였고
그것을 사람의 호흡으로 엮는 것이
노래였던 것이다.



*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상영할
상영본의 DCP 작업을 맡기고 왔다.
마이크 하나 못 사고
조명기 하나 빌릴 돈 없어서
징징대며 만들어온 영화인데
1분에 만원하는 변환 비용을
들여야 한다니...

추위가 물러갈 줄을
모른다.










2018/02/05 16:29 2018/02/0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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