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란 것

from 나날 2018/03/07 20:00

몇 달 사이에 한반도의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미사일을 쏘아대던 북한이
4월 말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했다.
그것도 평양이 아닌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통일이 불쑥 다가온 것 같은 기분.
물론 과정이 쉽진 않겠지만.

살아 생전 고향에 가서
부모 형제를 만나고 싶은
실향민들의 소망을 배반해온 것이 한국의 현대사.
이제 생존하는 실향민 1세들은
10만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편으론 통일을 꼭 해야하는 걸까
생각하는 이들도 늘어난다.

이런 현실속에서
통일을 가장 원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어쩌면 남한의 대기업들 아닐까?
토건으로 한국을 말아먹었던 이들이
남은 반쪽 마저 먹고 싶을 것이고
값싼 노동력의 공급을 기대할 것이고
또 큰 시장이 생길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경제 발전, 동아시아 강국 같은 말들 이면에
북한을 내부식민지로 만들 위험이
숨어있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복잡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통일이라는
통일지상주의의 정서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어떤 것이 올바른 통합인가,라는
고민과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한 민족'이란 말로 쉽게 묶어버리지만
70년 넘게 다르게 형성되어온 이질성,
그리고 통합에 따르는 어려움은
생각 보다 클 것이다.

*

위의 그림은
다큐 <기억으로부터>를 위해 그렸던 것.
1947년 아버지 형제들은 몰래 기차를 타고
부모님과 고향을 떠났다.
그때 양시역(楊市驛)에서 막내 고모가
어머니, 그러니까 나의 할머니와
헤어지는 장면을 상상해서 그린 것이다.
남으로 가는 것이 발각될까봐
'어머니 안녕히 계세요'라는 말도 못하고
차창 사이로 그저 얼굴 인사 만으로
헤어졌다고 한다.
벌써 70년이 더 지난 일.



2006년 11월, 우리 가족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일본 치바에 갔을 때의 막내 고모님.
지금은 훨씬 더 늙으셨을 것이다.
벌써 연세가 아흔.

어쨌거나 고모님 살아 생전에
고향 땅을 밟아보시면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도 함께 가서
고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곳을 걷고 싶다.
얼굴도 모르는 증조 할아버지,
나를 닮았다는 할아버지의 땅을
밟아 보고 싶다.
어린 날 부모님 품을 떠나
이역에서 고생하다 돌아가신
내 아버지가 태어나고 자란 곳,
멱 감고 놀던 강과 들,
교회가 있던 동산,
그리고 높고 무섭다는
용골산도 보고싶다.


 









2018/03/07 20:00 2018/03/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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