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식

from 나날 2018/04/01 04:42

<나무가 나에게>를 상영하던 영화제 기간.
이렇게 표식이 붙은 집 근처의 나무들은
뭉텅뭉텅 가지들이 잘려나갔다.
머리가 길면 무참히 잘려지던
학생 시절이 생각나기도 한다.

도시가 나무를 대하는 방식은
이 자본화 된 세상이 인간을 대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필요한 만큼만 남기고 버리거나
아예 없애 버리는 것.
그것을 위한 분류, 구분, 통계, 표식...

나에게 푸른 잎이 피었다 해서
가지가 잘려지지 말란 법 없고
내게 꽃이 피었다 해서
넝쿨째 뽑혀지지 말란 법 없다.

그런 세상에 붙들려 스스로 소진되고
거기에 타인을 끌어들이는 삶이 싫어서
다른 길을 찾겠다며 애써 나아왔던
지지부진한 긴 시간.
그래도 또 한 번 매듭을 한 것 같아
다행이다 싶다.
그리고 여전히 내게는 낯선
독립영화 쪽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를 받은 느낌이다.
쭈뼜거리는 사람을 위한
배려와 말들이 고마웠다.

*

갈 바를 모르고 나아 온 걸음,
여전히 선명한 것은 없고 위태롭지만
걸어가자.

내겐 작은 카메라가
하나 있다.









 
2018/04/01 04:42 2018/04/01 04:42

Trackback Address >> http://lowangle.net/blog/trackback/759

댓글을 달아 주세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