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나의 첫 다큐멘터리
<기억으로부터>에 나오는
'2012년 이북도민 체육대회' 부분을
올려본다.

*

그야말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수 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감격.
그리고 갑자기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기대.

그런데 실향민의 아들인 나는
기쁨과 슬픔이 섞인 복잡한 감정이
계속되고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지금 이 순간을 보셨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70년 넘게 고향을 잃고
분단을 살아온 삶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실향민들 중 일부는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기도 했고
남쪽의 권위주의적 체제에 적극 협조하며
기득권층에 편입하기도 했고
또 독재정권과 자본에 유착된
한국 개신교의 주류가 되기도 했지만
사실 많은 이들의 삶은
나그네로 살아온 삶의 고통과
고향에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체념으로
점철되었을 것이다.

이미 6년 전의 영상이니
여기에 등장하시는 어르신들 중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을 것이다.
그러나 살아계신 많은 분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박수를 치고 계실 것이다.

얼마나 아이러니컬한 일인가.
빨갱이라고 욕하던 대통령이
통일로 가는 문을 열었으니.

늦게나마 통일을 그려볼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수 많은 이들의 마음에
그 뼛속에 깊이 스며버린
70년 세월의 아픔들을,
어떡한단 말인가.

아주 기초적인 삶의 소망을
배반당하며 살아온
수 많은 이들의 70년을 생각하면 슬프다.
저 한 분 한 분의 모습이 아프다.

그리고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마음이
더 복잡하다.



*

P.S.

대선을 앞둔 대통령 후보 셋을 보면
그들의 삶의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박근혜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철 없이 웃고 지나가고
문재인은 사람을 만나러 사람들 속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안철수는 혼자 반대 방향으로 간다.

*

문재인 후보가 등장할 때
피켓을 들고 나선 사람들은
대부분 탈북자일 것이다.




2018/05/02 00:05 2018/05/0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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