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느티나무

from 나날 2018/05/30 17:31

사무실에서 밤을 새고 나선 아침 산책길에
죽어버린 느티나무를 만난다.

400살 이상 된 나무인데 올 해 새 잎을 내지 못했다.
뒤 늦게 시에서 수액을 달아놓았지만
돌이키기엔 늦은 것 같다.

이곳은 지금 한국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지역이지만
옛날엔 곁에 당집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고
이 나무도 신목(神木)으로 모셔졌을 것이다.

무역센터와 도심공항 터미널,백화점,
여러 빌딩들에 가로 막혀있지만
옛날에 이 나무는 완만한 경사 위에서
저 멀리 한강의 흐름을 굽어 보았을 것이다.



재작년 다큐를 촬영할 때까지는 살아있었다.
원래 몸통은 무슨 이유에선지 잘려지고
곁으로 난 굵은 가지의 잎들로 버티고 있었는데
이제 그만 하직하고 말았다.

요란한 강남의 골목길에서
가만히 가지를 흔들며
마음을 고요하게 해주던 존재 하나가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


*

그 새 사라진 나무들 추가



아파트 단지 공원에 있던 플라타너스
무슨 커뮤니티 센터를 짓는다며 나무들을 뽑아버렸다.
키가 그리 크진 않았지만 몇몇 나무들의 중앙에서 비스듬하게 자라서
마치 그 작은 곳의 주인인듯 버티고 있었는데
사라져 버렸다.




직박구리가 놀러오곤 하던 산수유.
이 나무는 포크레인으로 뿌리채 뽑혀서
트럭에 실려가는 것을 보았다.

이곳은 작은 숲처럼 여겨지는,
커다란 몇몇 나무와 작은 나무들이 모여있어서
할머니들도 산책하고 아이들고 깔깔거리는 곳이었는데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2018/05/30 17:31 2018/05/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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