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참배, 학교, 교회

from 나날 2018/08/14 14:00

8.15.
한국에서의 광복절,
일본의 패전 기념일.
이 날에 맞춰 <기억으로부터>의
한 부분을 올려본다.

'신사참배(神社參拜)'라고 부르는 행위는
개신교 쪽에서는 대체로
우상숭배라는 교리의 문제와 연관짓지만
사실 이것은 일본제국주의의
국가 통합 시스템인 국가신도(國家神道)와 관련있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이다.
소위 메이지 유신을 통해
권력을 잡았던 세력들은
일본을 통합하기 위해
뿌리 깊은 신사신앙(神社信仰)을 이용했다.
전국의 신사를 서열화하여 위계를 만들고
신사에서의 모든 참배행위가
체제의 정점이자 살아있는 신이었던
천황으로 모여들게 했던 것이다.
민간의 종교를 이용한 통합의 방식이었다.
종교적 측면을 가지면서도 체제의 문제였고
전쟁 시기에 국민과 식민지민을
동원하기 위한 강력한 장치가
바로 신사참배였다.

그러므로 몇몇의 교회에서
신사참배를 회개한다고 할 때,
천황이라는 우상을 숭배하며
전쟁을 위해 기도했다고 회개하는 것은
부분적일 돌이킴일 뿐이다.
'죄'의 핵심은 당시의 국가권력인 일본 제국주의,
그것도 2천만을 죽음으로 이끈 전쟁에 몰입했던
그 체제에 적극 충성하며 동참했다는 것이다.
한편,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죽음에 이른 이들을
단순히 순교자로 기리는 것도
무언가 모자람이 있는 일이다.
그들의 불복종과 죽음을
종교 내의 것으로 축소시키고 마는 것이다.
신사참배 거부라는 것은
일본제국의 폭압에 맞선
조선인들 최후의 저항이었다.
그리고 저항한 이들의 이면을 보자면
대체로 삼일운동과 관련이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의 법정 심리의 기록을 보면,
천황과 신(하나님)의 우위에 대한 심문에
천황이 하나님 밑에 있다고 하여
결국은 죽음에 이르지만,
법정에서의 진술은
당시의 정황, 그리고 기소에 의한
법정 심리의 성격상
축소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죽음을 각오한 저항의 내면에는
법정 진술의 기록을 넘어서는
더 크고 넓은 저항의 면모가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신사참배 문제로 인해
개항 이후 기독교의 선각자들이 꿈꾸던,
아직은 도래하지 않은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염원을 지녔던 조선의 기독교는 사라졌다.
큰 힘과 권력에 빌붙은 기독교만
살아남게 되었던 것이다.
해방 후에 국가권력에 저항했던
기독교의 역사가 선연히 존재하지만
주류 기독교는 결국
세상의 커다란 힘과 결탁하면서
제 몸집만 키워가는
괴상한 집단이 되고 말았다.

*

앞 부분에 등장하는
엄숙한 분위기의 노래는 '우미유카바(海行かば)'
제2의 국가라고도 불렸던 일제의 국민가요이다.
아주 나이가 많신 분들은 그 멜로디를 기억할 정도로
일제 말, 매일 라디오를 통해 나왔던 노래라고 한다.
그리고 죽음의 전장으로 떠나는 군인들에게도
많이 들려졌다.
'바다에 가면 물에 잠긴 시체,
산으로 가면 풀이 난 송장'이 되어서도
천황을 위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노래를 작곡한 노부토키 키요시(信時潔)는 목사의 아들로
어려서 기독교를 통해 음악을 배우며 자란 사람이
사랑 대신 죽음의 송가를 만들었다.

태평양 전쟁 조금 전부터 들리는 노래는
'군함행진곡(軍艦行進曲)'이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도 가끔 나온다.
특히 '꽁치의 맛'에서 딸을 시집 보낸
옛 해군함장 출신의 아버지가 술에 취해
혼자서 중얼거리기도 한다.
여기에서 이 노래는
군가의 맥락과 조금 다르게 쓰인다.
딸을 시집 보낸 것, 그러니까 딸의 상실을
일본의 패전에 비유하고
패전한 군대의 노래를 혼자서 씁쓸히
불러보는 것이다.

두 곡은 음악적으로 뛰어난 곡들인데
음악의 아름다움이란 것이
어떤 맥락에 쓰여지냐에 따라
전혀 다른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

<기억으로부터>를 만들 때
집안 어른들의 증언 위주로 구성된 영화에
이런 이질적인 진술방식을 넣는 것이
과연 괜찮을 것인가 고민했다.
분명 전체의 구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만들던 당시 내 심정은
어린 아들과 나이 든 어머니도
우리 가족의 역사를
전체 사회와 기독교의 역사 안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이런 설명적인 부분이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멜빌의 소설 <모비딕>을 보면
사이사이에 백과사전적인, 박물학적인
정보의 챕터가 들어가는데
영화에서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2018/08/14 14:00 2018/08/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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