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을

from 나날 2018/10/15 12:51

<기억으로부터>에서 인터뷰를 해주셨던
아버지의 옛친구분이
지난 8월 돌아가신 것을 뒤 늦게 알게 되었다.
사진의 가운데 계신 분이시다.

고향 진남포에서 배를 타고 월남하셨고,
거제도에 계시다가
병 치료를 위해 부산에 오시면서
아버지를 만나셨다.
이후로 상경하셨고
연세대 신학교를 졸업하셨고,
평생 장애인 학교 교사를 하셨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형제분들과 함께
부산에 놀러오시곤 했다.
아버지 보다는 연배가 아래이시지만
막막하던 피난 시절을
친구처럼 동생처럼
함께 보내셨다.




2014년 찾아뵈었을 때의 모습.
그때 인터뷰를 통해
친지들로부터 잘 듣지 못했던
아버지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의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남편이 아닌,
고모들의 동생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아버지 모습을
들려주셨다.
감사했다.




옛 교회의 사진.
오르간 앞에 앉으신,
흐리게 보이는 분이시다.
이 사진이 자신에겐 없다고,
보내 달라고 하셨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뭐를 하고 살았는지
완성된 영화도 보여드리지 못했다.
찾아 뵈야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그러지를 못했다.
죄송한 일이다.


*

이제,
고단한 타향의 삶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신 건가?
평안을...


















2018/10/15 12:51 2018/10/1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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