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from 나날 2018/11/15 15:00

올해의 상영이 다 끝났으니
한 해를 마감하는 기분이 된다.

비록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하지는 못했지만
영화를 만들고 상영하는 과정을 통해
오랫동안 나를 묶고있던 것들이
많이 풀렸음을 느낀다.

몇해 전부터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읽고 싶었는데
올해도 역시 읽지 못했다.
그 대신 스피노자의 철학을 풀이한 글들을
인터넷에서 조금 찾아 읽었다.
그 중에 스피노자가 말했던
'자유'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에게 자유란
자기를 묶어 엉뚱한 곳으로 끌고 가는
외부의 힘들에서 벗어난,
오히려 자신에게 충실한
상태를 말한다.

올 한 해,
내 속에 있던 오랜 생각들을 정돈한
<나무가 나에게>를 상영하고
사람들과 만나는 과정을 통해
나를 짓누르던 좋지 않은 것들에서
조금 자유로워진 것 같다.
무언가를 해야한다,
이것이 옳다,
이것이야 말로 중요하다는 식의,
나도 모르게 강요되었거나
어떤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어적 의도 보다
비록 작고 소박할지라도
내 본래의 바탕에서 솟아나는 것들이
우선인 것이다.
오래 전 회사를 그만두고
참으로 지리멸렬한 걸음을 거쳐
조금은 단순한 지점에 이른 것 같다.
직감했던 것들을 받아들여
삶으로 만드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무튼, 묶인 것들을 벗고
조금씩 걸어가기로 하자.

많이 지치기도 한 것도 같다.
그래서 얼마간 쉬는 기분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당분간 자유롭게 생각하며
지내기로 한다.


*

사진은 지난 10월,
상영 때문에 부산에 갔을 때
영도다리 부근에서 찍은
하늘.



*

오랫만에 노래를 하나 올려 본다.
사이토 가즈요시(斉藤和義)의
'걸어서 돌아갈래(歩いて帰ろう)'


走る街を見下ろして のんびり雲が泳いでく
달리는 도시를 내려다 보며  느긋하게 구름이 헤엄쳐가네
誰にも言えないことは どうすりゃいいの おしえて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좋을지 가르쳐줘

急ぐ人にあやつられ 右も左も同じ顔
서두르는 사람들에게 조종되어 왼쪽도 오른쪽도 모두 똑 같은 얼굴 뿐이야
寄りみちなんかしてたら 置いてかれるよ すぐに
다른 곳에 들르기라도 하면 금새 혼자 남겨져 버리지

嘘でごまかして 過ごしてしまえば
거짓말로 속이고 지내면
たのみもしないのに 同じような朝が来る
부탁하지 않아도 똑같은 아침이 찾아오지

走る街を見下ろして のんびり雲が泳いでく
달리는 도시를 내려다보며 느긋하게  구름이 헤엄쳐가네
だから歩いて帰ろう 今日は歩いて帰ろう
그러니까 걸어서 돌아갈래 오늘은 걸어서 갈래

嘘でごまかして 過ごしてしまえば
거짓말로 속이고 지내면
たのみもしないのに 同じような風が吹く
부탁하지 않아도 똑같은 바람이 불어

急ぐ人にあやつられ 言いたいことは胸のなか
서두르는 사람들에게 조종되어 하고 싶은 말은 마음 속에만 있어
寄りみちなんかしてたら 置いてかれるよ いつも 
다른 곳에 기웃거리기라도 하면 언제나 혼자 남겨져버리지

走る街を見下ろして のんびり雲が泳いでく
달리는 도시를 내려다보며 느긋하게  구름이 헤엄쳐가네
ぼくは歩いて帰ろう 今日は歩いて帰ろう
나는 걸어서 돌아갈래 오늘은 걸어 갈래


출처: http://blog.daum.net/t_arirang




2018/11/15 15:00 2018/11/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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