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에서

from 나날 2019/08/23 14:59

지금은 쓰지 않는 미니 DV 테입,
속칭 6미리 테입이 나왔다.

이걸 잊고 산지 오래 되었다.
캠코더를 늘 가방에 넣고 다녔고
하루하루 마주치는 것들을
촬영하고 편집하면서 보낸 긴 시간.
버스 안, 사무실이 있는 거리
혼자 있는 사무실과 밤의 불빛,
모두가 사라진 모퉁이의 무엇,
말 없는 나무들의 몸짓,
아이의 얼굴...

저 테입을 캠코더에 넣고
프레임 안으로 좁혀진 세상을 더듬으며
내게 중요한 것들을 만날려고 했다.
아직 마음 만큼 표현한 것도 없고
긴 시간만 허비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영 버려진 것은 아닐거라 믿고싶다.
이제는 비로소 사람을 찍고 싶다는
마음을 새롭게 다지게 된다.
특히 사람의 얼굴.
몇몇 단어로 정의되기 어려운,
분화되지 않은 정감의 얼굴들.
쉽지 않은 문제다.
매일 오전에는
지나쳐버린, 외면했던, 무시했던
마음들을 더듬는 긴 글을
조금씩 써나가고 있다.

다시 끔찍한 월말.
사무실 사정은 여전하다.
깜깜하다.

그런데 갇혀버린 이 시간,
마음 속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같다.
거기에 귀 기울이며 지내다 보면
다시 카메라를 들고 걸어 갈 길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월말을 잘 살아서
넘겨야 한다.

영도에 대한 다큐,
올 가을, 아니 올해 안에
촬영을 시작할 수 있을까?


*

추석이 너무 빠르다.
부산에 내려갈 수 있을지...
암튼, 걸어가자.











2019/08/23 14:59 2019/08/2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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