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는 거리

from 사진, 이미지 2020/02/20 17:03

코로나 19때문에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우한이라는 도시를 봉쇄하고
환자들을 격리하는 것을 보면서
몇 해 전, 동물 전염병 때의
끔찍한 광경이 떠올랐다.
수백만의 동물을 살처분하는 광경.

격리와 살처분 사이엔 무엇이 있을까?
코로나 19에 걸린 사람은
격리되어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조류독감과 구제역에 걸린
닭과 돼지들은 죽임을 당한다.
사람과 그 동물들의 차이는 뭘까?
사람 위에 결정권을 가진 어떤 존재가 있다면
많은 동물을 살리기 위해
감염된 동물들을 죽이듯
감염된 사람들에게 살처분 처방을
내리고 싶지 않을까?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인은
다른 데 있겠지만
이렇게 급속히 퍼져나가는 흐름은
과밀한 생활과 빈번한 이동이 만들었을 것이다.
모여들고, 많이 쓰고, 많이 움직이는 것.
지금 세계 경제의 근본조건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도덕경 47장>이 떠오른다.

不出戶, 知天下, 不窺牖, 見天道,
其出彌遠, 其知彌少,
是以聖人不行而知,
不見而名, 不爲而成.

'문을 나가지 않고도 천하를 알고
창을 내다보지 않고도 하늘의 이치를 안다.
멀리 나아갈수록 아는 것은 적어진다.
그러므로 성인들은 가지 않고도 알고,
보지 않고도 이름을 붙이며,
하지 않고도 이룬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버리지 않은 한
이러한 끔찍한 일들은 반복될 것이다.
자동차, 스마트폰, 아파트.
이 세가지에 대한 절제만 이루어져도
조금 더 낫지 않을까?

기이하고 고요한 날들이다.

*

집에서 쉬고 있던
낡은 똑딱이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광각이 너무 심한 스마트 폰 사진은
도대체가 이상해서
오래된 디카를 꺼냈다.
간간이 주변 사진을 찍기로.

사진은 지난 월요일, 눈 오던 날의
사무실 근처 커피집 앞에서.

월말이고 월요일이다.
좋을 것 없는 날들
막막하지만
걸어가자.










 

2020/02/20 17:03 2020/02/2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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