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나날 2020/03/26 16:18


학교의 개학은 연기되고
대학은 온라인 수업을 하고 공항은 한산한,
예년과 상당히 다른 봄.

하지만 어김 없는 봄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봄이 아닐 뿐
꽃들이 피고 잘린 나무가지 곁에
움이 자란다.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를 피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답답하게 살아가는 날들.
정부의 담당부처와 의료진들은
온힘을 다해 어려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 될 때까지
최대한 이렇게 버텨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우울한 예측도 보인다.
최악의 경우이긴 하지만
국민의 60% 정도가 자가 면역을 가져야
이 사회가 집단 면역을 가지고
코로나의 위험에서
제대로 벗어나게 될 거라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3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죽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노인과 병든 사람들이
먼저 죽어갈 것이다.
몇몇 나라의 상황은
이미 그런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 바이러스의 창궐이
우리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지구의 속살을 상해가면서
더 많이 생산하고 또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움직여다니는 삶에 대해,
또 그런 방식을 재생산 하기 위한
교육제도를 이어왔던 시간에 대해
앞으로도 그럴 거냐고
질문을 하는 것 같다.

지금과 같은 생산과 소비 방식에
반성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깊은 돌이킴 없다면  
이 다음에 이 지구는
전혀 새로운 더 큰 위험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자연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교란 시키면서 비롯되었을
바이러스의 창궐 앞에서,
그저 드러난 위기에만 대응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식에서만
해결책을 찾는다면
결국에는 어떤 상황에 이르게 될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죽어가는 생명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

나들이 한 번 하기 어려운 때라
이게 봄인가 싶지만
그래도 봄인 것이다.

길을 걷다가
푸른 이파리와 꽃들을 본다.
그 작은 것들이
어김 없이 봄이라고
알려준다.

4월이 코앞이다.






2020/03/26 16:18 2020/03/2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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