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from 나날 2021/05/01 18:29


늦게 잎을 내는 플라타너스도
하루가 다르게 무성해지고 있다.
어느새 5월.

3월 중순부터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영도 사람들에 대한 아주 짧은,
원고지 10매 내외의 픽션을 써왔는데
지금까지 열 한 편을 썼다.
이제 두 편 정도가 남았는데
조금 공부가 필요한 것들이어서
자료를 읽고 있는 중이다.

몸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지만
하루 종일 밖에서 촬영하는 일은
아직 자신이 없다.



그간 읽던 <장자>에서
여운이 컸던 또 한 부분을 옮겨 본다.
'혼돈'에 관한 글이다.

남쪽 바다의 임금을 숙(儵)이라 하고
북쪽 바다의 임금을 홀(忽)이라 하였고,
그 중앙의 임금을 혼돈(混沌)이라 하였습니다.
숙과 홀이 때때로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은 그때마다 그들을 극진히 대접했습니다.
숙과 홀은 혼돈의 은덕을 갚을 길이 없을까
의논했습니다.
"사람에겐 모두 일곱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쉬는데
오직 혼돈에게만 이런 구멍이 없으니
구멍을 뚫어줍시다." 했습니다.
하루 한 구멍씩 뚫어주었는데,
이레가 되자 혼돈은 죽고 말았습니다.

마음이 서늘해지기도 하는 장이다.
자기의 계획이나 판단대로
무언가를 잘 해내는 걸
세상은 능력이라고 하겠지만
그 능력이란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을
망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위해서,
또 누군가를 위해서 한다고 믿었던 일들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무서워진다.

*

작업도 못하고 멈춰있는 동안
막막하기도 하고 걱정도 많았는데
한편으로 엉킨 문제들이 정돈 되고
놓치고 있던 중요한 것을 다시 새기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다.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





   







2021/05/01 18:29 2021/05/0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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