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25mm 2021/06/24 17:57

지난 토요일 길을 걷다가
어느 가게 앞에 쌓인 옛 책들을 보았다.
아마도 한 사람의 서가에서 나온 듯
인문학 위주의 책들이 모여있었다.
일본 책들도 제법 많다.
인류학, 세계문학, 미술사, 심리학...
1950, 6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인문학 공부를 많이 한 어떤 이의
장서였던 것 같다.
옛 세대가 애독했다는
<사랑과 인식의 출발>이라는
사랑에 관한 에세이도 보인다.
설레는 마음으로 사랑에 관한 문장을
새기던 한 청년이
수십 년의 세월을 보내고 나이들어
세상을 떠난 다음,
그의 평생을 만들어왔던 책들이
거리에 나앉은 것 같다.

*

중학교 때
'독서'란 걸 해야겠다며
<좁은 문>을 읽었다.
재미 없었고 이해하기도 어려웠지만
교실에서 그것을 읽던
한 순간 만은 또렷하다.
책을 읽던 어느 순간 문득
내가 타인들과 분리되어
혼자만 다른 세상에 빠져있다는
감각을 느꼈던 것이다.
학급의 다른 아이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막 너머
저만치 흐리게 존재하는 것
같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미디어를 접하는 것과 구별되는
독특한 체험을 제공한다.
혼자서 책이 여는 세계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또 그 세계는 사람마다 다른
이미지와 감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보를 접하고 유통하는 방식은
많이 달라졌지만
책이 여는 세상을 만나는
개별적 체험은
여전히 중요한 영역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를
글의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늘 뭔가를 써왔다.
그런데 20년 전 갑자기 카메라를 들면서
쓰기를 멈추게 되었다.
그러다가 근래에 들어 다시 조금씩 써왔다.
초고를 끝내놓은 아주 긴 글 하나와
의외의 계기로 시작하게 된
영도에 대한 작업 하나.

이것들이 과연 책이 될 수 있을지,
된다면 괜찮은 것일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하루하루 써나간다.

*

주말에 가끔
카메라를 들고 걷는다.
몸의 상태가 좀 나아져서
땡볕 아래서 한나절 촬영을 하는 것도
별 문제가 없는데
예전처럼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촬영하는 일은
아직 자신이 없다.

아무튼
걸어가자.














2021/06/24 17:57 2021/06/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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