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의 고갈산 꼭대기에서
사진을 찍는데
남항 건너 천마산이 검어지더니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까마귀들이
바람에 휘말려 솟구치더니
추락하듯 떨어지며
어지럽게 휘돌았다.
그리고 이내 비가 내렸다.

산 꼭대기에서 비를 만나
촬영이 곤란해졌지만
그렇게 내린 비가
뿌연 대기를 씻어주었다.
비가 그친 후에는
전혀 다른 날처럼
멀리까지 말끔히 보여서
사진 찍기 좋았다.


십 수년 만에 산꼭대기에서 본
영도와 부산은 많이 변했다.
높은 빌딩들,  특히 아파트들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옛 이야기를 담은 곳들은
점점 더 작아지고 옹색해져서는
차츰 사라져 가고 있다.

좀 더 다니며
사진에 담아두면 좋겠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마음을 다해.

걸어가자.











2021/09/25 09:00 2021/09/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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