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

from 나날 2021/12/31 00:00


아파트 입구에 누군가
무화과 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거기 볼품 없는 열매가 몇 열렸다.
서울에서는 잘 자라지도 않는 나무를
왜 심어놓았을까.

*

'오늘은 어제와 다른 날이다.'
몸이 좋지 않았던 1월 어느 날,
불쑥 이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를 떠나지 않았다.
아마도 그래서 좋을 것 하나 없는 날들을
덤덤하게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봄과 여름을 보내며
내 고향 영도(影島)에 관한 책의 원고를 썼다.
오래도록 붙들고 있던 다른 긴 글을
마무리 해야할 때였지만
그것을 멈추고 새 작업을 했다.
가을에 들어서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지금은 정리하는 단계이다.
내가 과연 영도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그리고 있는 것인지 ,
이것이 과연 나눌 만한 열매가 될 것인지
자신이 없지만
거듭 읽으며 다듬어 간다.

*

오늘이 어제와 다른 날이라면
새해는 지난 해와 다른 해가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길을 찾기로 한다.
새로운 길이란 것은 물론
하늘에 달린 것이지만.

다만 나는 걸어가자.
어제와는 다른
날 속을.













2021/12/31 00:00 2021/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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