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눈물

from 이야기 2003/06/30 00:00


*

몇 해 전에 체 게바라의 평전을 읽었습니다.
그의 삶 자체가 감동적인 것이었지만,
제게 가장 큰 감동을 준 부분은
조금 사소한 부분이었습니다.

전투가 일어나고 총알이 오가는 와중에
그가 무서워서 업드렸고
눈물을 흘렸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자기가 믿는 사랑과 대의에 헌신된 삶,
쿠바혁명을 완수하고도
거기 머무르지도 않고 아프리카로 갔고,
결국은 볼리비아의 어느 산간에서 죽어간
그의 생애 자체를 볼 때,
우리는 위대함이란 단어를 떠올리며
매혹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총알이 날아오는,
삶과 죽음이 오가는 그 순간에
무서워서 벌벌 떨고 엎드리는
그러한 연약함이 있기에
오히려 위대함은 제 빛을 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막사에서 괴테를 읽는 게바라

*

저의 아이는 눈물이 많고
칭얼거리기도 잘 합니다.
가끔은 울보라고 놀림을 받기도 합니다.
왕따의 소질을 보이기도 하지요.
남자가 울면 어때,라고 사람들은 쉽게 말하지만
사회의 관습은 아직도 그것을 이상하게 보고
특이하게 취급을 합니다.
저는 저의 아이가 비록 연약한 심성을
가졌을지는 몰라도
결코 용기가 없는 아이는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용기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큰소리 지르고 앞장서 나가고
힘으로 극복하는 방식의 외형적인 특질이 아닌
지극히 내면적인 결단이고
본질적인 문제를 대면하려는
태도입니다.

우리는 전형적인 타입에 대한
유무형의 강요를 받으면서 자라왔습니다.
남자는 이러해야해,라던가
여자는 이러해야해,라던가...

그릇된 유교적 관념들은
삶의 연약함을 열등함으로 바꾸어버렸고
그 연약함을 넘어서고
상처를 넘어서는 위대한 인간의 길을
막아버렸습니다.

씨앗이 연약하지 않다면
어떻게 땅과 우주의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스스로 단단하고 스스로 충만하다면
어떻게 싹이 나고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요.
흙 속에서 자기의 연약함을
그대로 인정하고 드러낼 때,
씨앗은 비로소 흙은 받아들이고
자라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

진정한 용기는 부끄러움 앞에 서는 것,
자기의 약함을 회피하지 않는 것,
그 모든 허물과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바른것, 진정한 것을 꿈꾸고 살아가는 것.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있지만
전능한 사람은 없습니다.
세상의 어느 누가 연약함이 없을까요.
다만 그것을 덮으려는 거짓들이 있을 뿐입니다.
그 거짓은 또한 우리에게 우리의 아이들에게
가짜 삶을 강요하려 듭니다.

그릇된 위인 전기들은
우리 사회의 공공연한 혹은 교묘한 강요와 더불어
연약함을 버려야할 나쁜 것으로 정죄해왔고
전형적인 남성,
전형적인 인간,
그래서 결국은 그림자일 뿐인 인간상을
학습시켜 왔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아프고 기쁘고 신열이나고 두렵고
그 모든 것을 포함한 일이고,
위대함이란 것은
그 모두를 포함하면서
그것을 넘어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허장성세의 포즈보다는
진실한 눈물 한 방울의 힘이
더 큽니다.




i am the walrus / beatles
 

2003/06/30 00:00 2003/06/30 00:00
Tag // , , ,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