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from 나날 2023/09/18 17:36


긴 여름이었다.

6월부터 9월이 오기까지
그저 하나의 '점'처럼 살았다.
누구를 만나는 일도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는 일도 없이
그저 가만히 있었다.
나의 한 점에서 깊어지는
시간이었던 걸까?
그래서 좀 나아졌을까?

분명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드러날 것은 아직 없다.
답답한 형편이 나아지지도 않았다.
먼 하늘에 손바닥만한 구름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저기
기웃거릴 일도 아니다.
꼭 필요한 것은 꼭 필요한 때에
꼭 만날 사람은 꼭 만나야 할 때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아직은 나의 한 점을
지켜야 할 때.


*



붙들고 있는 긴 이야기.
어느 순간, 다 버려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애초부터 잘못 쓴 것 같았다.
왜 그런가 했더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몇 해 전 초고를 쓴 다음 몸이 아팠는데
그 과정을 겪으면서
내가 조금 달라졌던 것이다.

단순히 말하기 어렵지만,
묵은 감상같은 것이 걷힌듯하다.
아픈 중에 <영도 샛길>을 쓴 것도
글 쓰는 태도를 돌아보게 했을 것이다.
혈기가 꺾인 상태에서 써나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금 알게 된 것도 같다.

어쨌거나
다 버릴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고쳐나가기 시작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내 상상력이야 뻔한데
뭐가 크게 달라지겠는가.
하지만 사람과 세상을 향한 눈길이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과연 누가 읽어줄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끝까지
가보기로 하자.

*

곧 추석이다.
고향에 다녀오기로 했다.
그런데 어머니 이야기를 담을
<대홍수 이후>는
과연 이어갈 수 있을까?
장담 못하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만 열리는 만큼
나아갈 뿐이다.

*

걸어가자.




















 
2023/09/18 17:36 2023/09/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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