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면서

from 나날 2020/06/09 14:51
긴 작업 중에 잠시 쉬는 시간.
심심해서 구글 스트릿뷰로
내가 예전에 걸었던 길들을 걸어보았다.
그러다 조금 이상한 장면들을
발견했다.

*


떨어지는 나뭇잎이 카메라의 정면을 가린 순간.


*



에스컬레이터를 올라 걸어가는 사람들이
마치 다른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역의 뒷골목을 걷는 남자가 사라져가고 있다.
상체는 이미 다른 차원으로 이동해 버렸다.




길가의 어느 집 앞에서 가라앉고 있는 자동차.
이렇게 사라져서 어디로 가는 걸까.




바다를 등지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흐린 이미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일요일엔 무슬림들이 예배를 드리던
어느 조그만 언덕의 놀이터.
바닥으로 스며들고 있는 어린 남녀의 모습.


*



그리고, 그리고...
어디에나 있는 사람들의 모습.
구글 스트릿뷰에서도 차원을 이동할 수 없는,
지하철 역에 앉은,
갈 곳 없는 사람들의 모습.




도로의 표지판
홍콩(香港)이라는 지명 뒤에
要光復이라고 스프레이로 써 놓았다.
그래서 '香港要光復'이란 문장이 되었다.
홍콩에 광복이 필요하다!


*

초고라고 해야할 것이다.
이전에 쓴 것을 거의 버리고 다시 썼으니까.
길고도 긴 글을 쓰고 나서
일주일 동안 쉬는 마음으로 살았다.
내가 쓴 것이 뭔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영 이상하다면 깨끗이 접고 싶은데
뭔가 될 것도 같으니 그만 두기도 그렇다.
어쨌거나 좀 쉬었으니
고치고 다듬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다큐는 언제 시작을 해야할까.

물이 새는 배를 타고 긴 항해를 했지만
내가 이른 곳은 목적지가 아니라
잠시 쉬는 기항지일 뿐이다.
그러므로 다시 출항.









2020/06/09 14:51 2020/06/0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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