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여기저기

from 나날 2021/09/17 00:00


영도의 산복도로 초입,
옛친구의 집이 이끼 낀 슬레이트 지붕을 쓰고  
계단 아래 웅크리고 있다. .
지붕 너머의 풍경은 옛날과 사뭇 다르다.
부산항을 가로지르는 북항대교와
솟아오른 다가구 주택들.
영도의 스카이라인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옛 친구의 집은
그대로다.



중학교 때 등교하던 길가의 지붕.
낡아서 물이 새는 기와 지붕을 덮은 여러 겹의 비닐 장판과
날아가지 못하도록 누른 블록, 기와, 모래 주머니들.
이들이 모여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조형작품을 이루고 있다.



산복도로 위로 시야를 가리며 솟아오른 아파트.
그 뒤에 사는 사람들은 이제 항구의 경관을 보지 못한다.
가파른 비탈길의 작은 집에 사는 이들에겐
항구를 볼 수 있다는 위안이 있었는데  
그게 사라져버렸다.  



옛 유곽 근처에 있는 일본 지장보살.
사람들의 손을 타서 얼굴과 손은 하얗고
누군가 훼손하려 했는지
왼쪽 눈두덩이 조금 깨졌다.
그런데 이건 일본에서 건너 온 것일까,
아니면 이땅에서 만들어 진 것일까?
그 많던 일본식 석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십 년 전, 양산의 한 요양원에
방치 된 듯 놓여진 것들을 본 적이 있다.



물양장 쪽으로 걸어나가는 골목길의 한 벽면.
원래는 나무 집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흙벽을 쌓았던 집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벽에 시멘트를 발랐고
나무 창틀은 알루미늄으로 바뀌었다.
낡은 지붕은 비닐을 쓰고 있다.



패총유적지가 있는 하리.
해운대에서 보았던
아파트 건설의 엽기성을
영도에서도 보게된다.
아파트가 자리 잡은 곳은
원래 작은 어항이었고
그곳 또한 넓게 보자면
패충 유적지에 포함되는 곳이었을 것이다.
보존되고 있는 유적지는 손질을 안해서
풀들이 웃자라 있다.

*

영도 여기저기를
사진에 담기 시작한다.

내 속에 있던 것들의
흔적을 찾기도 하겠지만
예전에도 지금에도
하나로 통하는 어떤 것을
잘 더듬어 보아야 할 것이다.
영도는 개인적인 의미가
깊은 곳이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일반적인 삶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걸음 한 번 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아무튼, 걸어가자.














2021/09/17 00:00 2021/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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